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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현장 투입… 내성은커녕 충격 쌓여 병 키워”

“반복된 현장 투입… 내성은커녕 충격 쌓여 병 키워”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21-08-12 17:36
업데이트 2021-08-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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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받지 못한 사람들-2021 소방관 생존 리포트] 홍진표 교수가 말하는 마음 관리 중요성

소방관 스트레스 장애, 경찰관의 약 5배
자연치유되기도 전 새로운 충격 ‘악순환’
각 署 단위로 상시 트라우마 치료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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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현장에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인데 병적인 수준으로 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각종 재해·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들의 건강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이 소방관 마음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홍진표(59)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동료 심리 상담을 진행해 온 박승균(52) 경기남양주소방서 소방위, 소방관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상철(55) 서초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위는 12일 국내 소방관들의 마음 재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PTSD는 죽음이나 그에 대한 위협, 심각한 부상, 성폭력 등을 직접 겪거나 목격한 뒤 생긴 침습·회피·부정적 감정·각성 등의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진단될 수 있다.

홍 교수는 현장 소방관들의 정신적 위기에 대해 “참혹한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직접 수습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서 악순환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달 정도의 자연 치유 시간이 지나기 전 다른 현장에서 충격을 반복해 받는다”며 “트라우마는 내성이 생기기보다는 새로운 충격에 이전의 충격이 더해져 곱절 이상 강력해진다”고 분석했다.

소방관의 스트레스는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의사, 경찰 등 다른 직업군보다도 강렬하다. 2017년 소방청이 펴낸 보건안전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스트레스장애 발생률은 소방관이 375.7명에 달했다. 해경은 255.2명, 경찰 76.4명이다. 소방관의 PTSD와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인 대비 각각 10.5배, 4.5배나 높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 인명 피해가 큰 현장을 경험한 후 PTSD 전문가가 된 김 소방관조차 “희생자들의 참혹한 모습이 잔상으로 계속 남아 감정 조절이 어렵고 괴롭다”고 말했다. 박 소방관은 병원 치료가 필요할 때까지 방치할 게 아니라 각 소방서 단위에서 트라우마 치유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상시적인 트라우마 관리가 소방관들에게 중요하다”며 “충격적인 상황을 접하면 즉시 상담치료와 지원이 가동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21-08-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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