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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안 쓸래요”… 거북이 죽음 보자, 아이들이 달라졌다

“일회용품 안 쓸래요”… 거북이 죽음 보자, 아이들이 달라졌다

이주원 기자
입력 2021-10-31 17:06
업데이트 2021-11-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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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기후변화 생존리포트] <4>기후지킴이로 키우는 환경교육

봉일천초 학생들, 첫 환경교육 적극 참여
기후위기·환경오염 경각심 갖고 있어도
공교육 현실에선 배움의 기회조차 적어
핀란드·미국·이탈리아 등에선 필수 과목
“사회 과목 안에서라도 환경 분야 다루고
전문성 갖춘 교육자 양성이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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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후환경 교육 그린 캠페이너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아동의 환경시민성을 증진하는 목적에서 지난 5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봉일천초등학교 2학년 1반 학생들이 지난 13일 ‘그린 캠페이너’에 참여하며 발표를 위해 손을 들고 있는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후환경 교육 그린 캠페이너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아동의 환경시민성을 증진하는 목적에서 지난 5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봉일천초등학교 2학년 1반 학생들이 지난 13일 ‘그린 캠페이너’에 참여하며 발표를 위해 손을 들고 있는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경기 파주시 봉일천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유건우(8)군은 지난 13일 해양쓰레기가 거북이와 같은 바다생물을 다치게 한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엇다. 이날 봉일천초교 2학년 1반에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후환경교육 ‘그린 캠페이너’가 진행됐다. 플라스틱으로 죽어 가는 거북이와 호주 산불로 검게 그을린 코알라를 본 아이들은 한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군은 “동물들이 무슨 잘못이 있기에 사람들 때문에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일회용 제품을 쓰지 않고 물을 마실 때도 텀블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4명의 봉일천초 학생들은 2시간 동안 기후위기에 대해 배우고 직접 캠페인을 기획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온실가스’, ‘석탄발전소’ 등 처음 들어 보는 생소한 용어를 선생님에게 적극 질문하며 하나씩 배워 나갔다. 그린 캠페이너는 환경보호를 위해 행동하는 시민으로의 성장을 돕기 위해 초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교육이다. 교육을 마친 아이들은 구체적인 환경보호 실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환경교육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현재 공교육에서 시행되는 환경교육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청소년의 친환경 행동실태 및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만, 체험활동 등의 학습기회와 강의시간이 다른 과목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 5611개 중·고교 중 환경 과목을 채택한 곳은 731곳(13%)에 그친다. 환경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환경교사도 고작 73명뿐이다. 환경교사를 배출하는 대학도 최근 환경교육학과가 연달아 폐지되면서 4개 대학밖에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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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후환경 교육 그린 캠페이너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아동의 환경시민성을 증진하는 목적에서 지난 5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은 한 학생이 워크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퀴즈를 풀고 있는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후환경 교육 그린 캠페이너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아동의 환경시민성을 증진하는 목적에서 지난 5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은 한 학생이 워크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퀴즈를 풀고 있는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해외에서는 환경교육을 다른 과목보다 우선하는 나라가 많다. 핀란드의 경우 9학점의 환경 과목을 이수해야 생물, 지리 등 다른 과목을 수업할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유아와 초·중·고등학생 140만명에게 올해부터 기후환경 교육을 필수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이탈리아는 연간 33시간씩 기후환경교육을 필수로 정하고 초·중·고교생에게 주당 1시간씩 교육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별도의 환경 교과가 없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일부 과목에서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교사의 의지에 따라 환경 교육을 아예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들도 대부분 입시를 위한 교과에 치중돼 있어 기후변화에 대해 배울 기회가 적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환경교사모임 소속 숭문중학교 신경준 교사는 “과학은 기후변화, 사회는 기후난민 등 각기 다른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데 배운 내용이 그 학년에서 바로 소멸돼 버린다”며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종합화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이뤄지는 환경교육의 효과는 당연히 미미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및 부모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세먼지에 대해 78.0%가 교육을 받았다고 답했으나 그중 30.8%가 내용이 기억 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교육방법이 대부분 알림장이나 일회성 동영상 시청으로 진행되면서 효과적인 환경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환경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서울 강서초교 이성희 교사는 “별도의 환경 과목을 개설하고 만드는 독립식 접근이 어렵다면 과학과 사회 교과 과정 등에 환경 분야를 포함시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교육자의 자질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만의 경우 교사들에게 1년에 4시간 이상 환경교육 이수를 명시하고 있다. 신 교사는 “교사들에 대해선 최소한 15시간의 환경교육 이수가 필요하다”며 “교대나 사범대에서도 학부 과정에 예비교사들이 환경 교육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21-11-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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