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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 상어아빠…육퇴없는 펭귄엄마

독박육아 상어아빠…육퇴없는 펭귄엄마

박지환 기자
박지환 기자
입력 2021-08-19 17:40
업데이트 2021-08-2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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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도심 속 오대양의 보호자 ‘아쿠아리스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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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아쿠아리스트 조태훈씨가 상어에게 먹이 주는 모습을 어린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베테랑 아쿠아리스트 조태훈씨가 상어에게 먹이 주는 모습을 어린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스크에 가려져 에메랄드 바다의 싱그러운 바람줄기조차 양껏 들이마시기 힘든 이 여름.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국내의 유명 해수욕장들마저 문을 닫았으니 가슴도 덩달아 꽉 막힌 것만 같다. 늦여름 8월도 어느새 저만치 꼬리를 자르고 도망칠 기세. 그렇다고 집 안에 갇혀 여름의 뒤통수만 보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닷가 미풍을 간접 체험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자. 대형 수족관은 어떨까.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 주는 대형 수족관에 들어서면 문득 고개 드는 궁금증들. 저 많은 바닷물은 어디서 들여오고, 병이 난 물고기는 누가 어떻게 치료해 주는 걸까. 그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건 수족관 세상의 모든 일들을 관장하는 사람들, 아쿠아리스트다. 도심 속 수중 세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의 하루 동선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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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스트가 새끼 가오리의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약욕을 준비하고 있다.
아쿠아리스트가 새끼 가오리의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약욕을 준비하고 있다.
●수조 점검에 먹이 준비까지… 손끝 시린 통증은 아이들과 ‘교감’으로 치유

지난 18일 오전 8시. 올 1월 경기 수원시 광교에서 문을 연 아쿠아플라넷 광교점이 분주하다. 관람객을 맞는 개장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바쁘다. 아쿠아리스트를 총괄하는 파트장 김창완씨는 출근과 동시에 수조를 점검한다. 수족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담당하는 수조 속 수중 동물들의 상태뿐만 아니라 정화장치(LSS)의 작동 유무까지 꼼꼼히 챙긴다. LSS는 펌프와 필터로 구성된 일종의 여과장치로 정수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정수기에 지속적으로 물을 순환시켜야 수족관의 물이 깨끗하게 유지된다. 그는 “수족관의 물은 잠시만 관리해 주지 않고 방심해도 금세 탁해진다”며 “1000t쯤 되는 수조의 물도 30분이면 완전 순환이 가능한 시스템이 가동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늘 맑은 물속을 유영하는 해양동물들을 볼 수 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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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아쿠아플라넷에서 아쿠아리스트가 수조에 낀 이끼를 제거하고 있다.
일산 아쿠아플라넷에서 아쿠아리스트가 수조에 낀 이끼를 제거하고 있다.
같은 시각, 9년 차의 베테랑 아쿠아리스트 김민경씨는 해동된 오징어와 바지락을 능숙하게 손질하고 있다. 해양생물이 좋아 고등학교 때부터 아쿠아리스트를 꿈꿨다는 그는 “내장을 제거하고 동물들의 크기와 개체수, 입 모양까지 고려해 먹잇감을 손질한다”면서 “손질한 먹이를 먹이며 수족관의 주인공들과 교감하는 순간을 생각하면 손끝의 시린 통증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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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준비실의 칠판에 수중생물의 먹이양이 적혀 있다.
먹이 준비실의 칠판에 수중생물의 먹이양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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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를 끌어올 수 없는 내륙 아쿠아리움은 소금을 이용해 직접 해수를 만든다. 사진은 해수를 만드는 소금의 모습.
해수를 끌어올 수 없는 내륙 아쿠아리움은 소금을 이용해 직접 해수를 만든다. 사진은 해수를 만드는 소금의 모습.
●베테랑도 두려운 상어 먹이주기… 즐거워하는 어린이 관객을 위해 ‘풍덩’

아쿠아리움이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관람객을 맞이한 대형수조 위에 특수부대 출신 아쿠아리스트 조태훈씨가 잠수 장비를 메고 호흡기를 입에 물었다. 잠수에 관한 한 따라올 사람이 없는 최고의 전문가지만 그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형수조의 상어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만은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온순한 상어지만 먹이를 보면 흥분하고 때로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 관객들이 상어를 보며 즐거워하는 눈빛을 떠올리면 이런 위험한 순간에도 언제나 사명감과 책임감이 앞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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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새끼 펭귄이 몸무게 측정을 위해 저울 위에 올라가 있다.
갓 태어난 새끼 펭귄이 몸무게 측정을 위해 저울 위에 올라가 있다.
●돌봄공백은 없다… “아프고 다치지만 말아다오”

관람 시간이 끝난 후 어둠이 내린 아쿠아리움. 그래도 아쿠아리스트들의 사무실은 환하다. 오늘은 가장 막내인 아쿠아리스트 신상혁씨가 당직을 서는 날. 손전등을 비춘 채 수조 생물들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며 순찰을 돌던 그는 “아쿠아리스트는 잘 때도 핸드폰을 늘 머리맡에 두고 잔다”고 말했다. 언제라도 해양생물이 아프거나 다칠 수 있어서다. “밤샘을 하는 일이 있어도 수족관 주인공들 때문이라면 어떤 아쿠아리스트도 불평하는 일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대양을 수족관으로 옮겨 온 사람들. 그래서 수족관이 소우주인 사람들. 코로나19에 발은 묶였지만 여름 바다가 그래도 덜 아쉬운 것은 이 순간에도 도심의 수족관을 지켜 주는 그들 덕분이었다.

글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021-08-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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