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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이상직의 추락… 변호인도 줄줄이 사임

‘경제通’ 이상직의 추락… 변호인도 줄줄이 사임

임송학 기자
임송학 기자
입력 2021-07-11 17:36
업데이트 2021-07-1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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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부탁해] 文정부 경제 디자이너서 ‘버려진 카드’ 된 이상직 의원

이스타항공 창업주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일자리 해결사’, ‘문재인 정부 경제 디자이너’를 내세워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횡령·배임 사건까지 터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위기를 맞은 그를 더불어민주당은 자발적 탈당 형식으로 사실상 ‘손절’했고 심복과 친인척조차 등을 돌렸다. 지역 여론도 나빠져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며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 주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지역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오히려 ‘부도덕한 인물에게 어떻게 공천장을 줬느냐’며 민주당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의원을 ‘버려진 카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그를 지탱해 주던 재력도 예전만 못해 정치생명과 돈줄이 모두 끊길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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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횡령·배임 사건까지 터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때인 2018년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횡령·배임 사건까지 터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때인 2018년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사 출신인 이 의원은 여러 회사를 거느린 성공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가 19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북의 정치 일번지 전주 완산을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검찰과의 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초선 시절 숱한 의혹 제기와 고발에도 불사조처럼 사정기관의 칼날을 피한 그는 20대 총선에서 당내 경선을 넘지 못했다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선증을 받은 다음날부터 선거법 위반 수사가 시작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5월에는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로 영장이 발부돼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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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부터 공선법 위반 수사로 검찰과 질긴 인연

검찰은 2012년 이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당선되자 ▲불법 사조직 운영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체 직원 선거운동 동원 ▲봉사활동 모임 창립총회에서 지지 호소 혐의 등으로 기소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당시 1심 재판부가 벌금 90만원을 선고하자 이 의원은 무죄 취지로 항소했으나 2심은 오히려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으로 형량을 높였다. 하지만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내 의원직을 유지(벌금 80만원)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이 의원의 동창생과 취업을 대가로 불법 선거운동을 도왔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앙심을 품은 운동원 등이 ‘양심선언’하는 바람에 불거졌다. 수사 과정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선거캠프 총괄본부장 등이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이 의원만 기사회생했다. 이 사건 이후 선거를 도왔던 상당수 지지층이 실망하고 빠져나가 20대 총선 당내 경선 패배로 이어졌다.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21대 총선 직후부터 다시 시작됐다. 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4월 16일 국회의원 당선증을 받기가 무섭게 검찰이 이 의원의 선거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이번에는 빠져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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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창업주로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0일 오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 4. 21.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이스타항공 창업주로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0일 오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 4. 21.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21대 의원 중 유일하게 징역형 선고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강동원)는 이 의원 등 피고인 10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 의원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인 2019년 1∼9월 세 차례 전통주와 책자 2600여만원 상당을 선거구민 377명에게 제공한 혐의, 시의원 등과 공모해 총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일반 당원과 권리 당원들에게 중복 투표를 유도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 의원은 “범행에 가담한 적 없다”고 했으나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 중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첫 번째 사례를 기록했다.

이제 이 의원을 둘러싼 사건은 ‘먹튀 논란’과 ‘대량 해고 사태’를 불러온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 재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전주지법에 구속 기소된 이 의원은 2015년 이스타항공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544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을 자신의 딸이 대표이사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105억원에 넘겨 회사에 43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회삿돈 약 53억원을 빼돌려 딸이 몰던 포르셰 보험료, 딸이 거주했던 월세 488만원짜리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부정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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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노동자 고용유지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종사 노동조합연맹 소속 회원들이 정부, 여당과 이 의원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노동자 고용유지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종사 노동조합연맹 소속 회원들이 정부, 여당과 이 의원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공선법 위반 실형 선고한 그 재판부 또 만난 악연

이 의원은 지난 2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사건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 재판 연기를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그는 변호인단이 첫 재판 하루를 앞두고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하자 새로운 변호인 선임을 이유로 재판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과거 공판준비기일 직전 변호사가 모두 사임했는데 이번에 다시 변호사가 사임서를 내 매우 당혹스럽다”며 “사건 기록이 방대한데 이런 식으로 변호사 사임·선임을 반복하면 (사건 기록 검토에 많은 시간이 걸려) 재판을 할 수 없다”며 불허했다. 사건 기록은 무려 4만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 의원의 변호를 맡았던 대형 법무법인인 A로펌은 기소 일주일 뒤인 지난 5월 21일 전주지법에 ‘소송대리인해임서’를 제출했다. A로펌 외에 별도로 선임했던 고검장 출신,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들도 이 의원이 기소된 후 모두 사임했다.

이 의원은 사흘 뒤 전주시에 사무실을 둔 B로펌을 새로 선임했지만 이 변호인들도 1주일 만인 지난 1일 사임하자 재판부는 이를 재판 연기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의원이 “(변호사) 사임을 만류했는데 여의치 않았다”며 “변호사를 재선임해 재판에 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부장판사는 “계속 새로운 변호사가 선임되면 한 달, 두 달, (피고인 구속 가능 기간) 6개월이 더 갈 것 아니냐. 이런 재판은 처음 본다”며 한숨을 내쉬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 측 변호인단이 모두 사임하자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을 강행했다. 이 재판부가 이 의원을 공선법 위반 사건을 맡으면서 이미 겪어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이 의원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는 강수를 뒀으나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재판부는 지난달 4일 첫 공판준비기일에 11월 24일까지 16회의 재판기일을 잡았다. ‘꼼수 전략’이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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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회장 재임 때 비행기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의원. 서울신문 DB
이스타항공 회장 재임 때 비행기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의원.
서울신문 DB
●측근들, 횡령·배임 주범으로 이 의원 지목

이 의원이 재판 지연 전략을 펴는 것은 앞서 기소된 이스타항공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어 상황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의원의 심복으로 알려진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와 박성귀 전 재무실장, 재무담당인 조카 이모씨 등은 이 의원을 500억원대 횡령·배임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행위는 자신들이 했지만 이는 사실상 오너인 이 의원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거부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최 전 대표의 변호인은 지난달 11일 열린 특정범죄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2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이상직의 지시를 받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피고인이 이런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양형을 결정하는 데 참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 전 재무실장의 변호인도 “피고인이 결재 라인에 있었기 때문에 창업주인 이상직의 지시를 실질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며 “돈이 대부분 이상직 개인 자금으로 사용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조카인 재무담당 이씨의 변호인도 “이상직 의원이 이 사건의 정점에 있다. 피고인은 이스타항공 실무자로서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 의원에게 등을 돌린 것은 횡령·배임 사건의 책임을 대신 지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회사가 도산해 훗날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의원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회생하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자신은 경영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이스타항공 횡령 배임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법조계는 재판 진행 상황으로 봐 이 의원이 횡령·배임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뿐만 아니라 옥중에서도 매월 1000여만원의 세비를 꼬박꼬박 챙겨 비난을 사는 이 의원은 현재 계류 중인 사건 외에도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 여부와 문재인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자녀 상속세 포탈, 위장이혼 등 크고 작은 의혹의 중심에 있어 수사 확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2021-07-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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