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4>이랜드그룹] 이대앞 옷가게서 10조 기업으로… 상장사 없어 투명경영 의문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4>이랜드그룹] 이대앞 옷가게서 10조 기업으로… 상장사 없어 투명경영 의문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15-03-30 00:04
업데이트 2015-03-30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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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계열사·250개 브랜드’ 35년 성장사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 1980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이화여대 앞에 세운 약 6.6㎡ 넓이의 작은 보세 옷 가게 ‘잉글랜드’는 35년이 지난 2015년 현재 패션, 외식, 리조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3년 말 연결 기준 자산은 7조 7000억원, 매출 10조원대, 국내외 직원 수 5만여명의 재계순위 49위 이랜드그룹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는 이랜드는 ‘의(衣)·식(食)·주(住)·휴(休)·미(美)·락()’ 6대 사업 영역에서 250여개 브랜드, 30여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도 여러 번 썼다.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국내 최초 제조유통일괄화(SPA) 브랜드 스파오, 국내 최초 여성 SPA 브랜드 미쏘 등을 포함해 이랜드리테일이 1994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도심형 아웃렛 매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고 중국 시장 내 인기 한국 의류 브랜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히는 게 바로 이랜드다. 이처럼 이랜드가 짧은 시간에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인수·합병(M&A)에 있다. 이랜드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M&A 건수만 20여건이다. 시작은 1995년 인수한 영국의 의류 브랜드 글로버럴이 있고 최근 인수 건으로는 지난해 인수한 풍림리조트 청평점과 서귀포점이 있다.

이랜드의 M&A는 “죽어 가는 곳을 인수해 부활시킨다”는 박성수(62) 회장의 의지로 이뤄진다. 이랜드가 인수해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뉴코아백화점이 꼽힌다. 이랜드는 앞서 1994년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인근에 국내 아웃렛 스토어의 효시인 ‘2011 아울렛’을 열었다. 이 점포는 ‘백화점을 할인한다’는 슬로건으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04년 뉴코아백화점을 인수하고 아웃렛으로 전환해 유통업계 후발 주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성공 사례를 남겼다. 하지만 외형을 키운 게 최근 들어 독이 되고 있다. 잇따른 M&A로 그룹 내 자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 비용뿐만 아니라 부실 기업을 사서 되살리는 것이어서 그만큼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이랜드그룹의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차입금 규모는 4조 8000억원으로 수익 창출력 대비 과중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부채 비율은 366.4%, 차입금 의존도는 58.3%로 높은 수준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차입금 대부분이 1~2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 위주로 구성돼 자금의 질이 좋지 않다. 또 계열사에 제공한 지급보증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그룹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지기 직전이다. 이 때문에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도 그룹 명성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한신평이 이랜드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BBB+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의 비장의 무기는 ‘상장’이다. 이랜드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테마파크 ‘이월드’를 제외하고는 상장사가 전무하다. 그나마 상장사인 이월드도 인수한 회사라 처음부터 이랜드가 원해서 만들어진 상장사는 없는 셈이다. 상장사가 없어 이랜드 경영 상황에 대해 알기 어려운 데다 이랜드 경영의 중심인 박 회장이나 박성경 부회장 등 회장 일가는 등기임원이 아니다. 등기임원이 아니기에 연봉 공개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랜드가 ‘책임 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상장을 하게 되면 기업에 대한 사정이 낱낱이 공개되는데 이럴 경우 견제당할 가능성이 커져 꺼리는 것”이라면서도 “기업 가치가 커 상장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은 데다 재무 부담을 덜 수 있는 최후의 방법으로 상장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주요 계열사를 상장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의 미래 성장 동력을 보면 M&A와 해외 진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회장은 7년 단위로 경영 전략을 만든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21년까지 해외매출 비중 60% 달성과 글로벌 200대 기업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영 목표를 밝혔다. 또 “1조원 이상 대형 성장엔진 10개가 가동되고 중역 300명, 총임직원 30만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이처럼 강조하는 해외 사업은 이미 이랜드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랜드는 1994년 중국 상하이에 생산지사를 설립했고, 1996년 이랜드 브랜드를 출시해 중국 패션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은 현지화다. 빨간색을 선호하는 중국인 성향에 맞춰 매장 로고 색깔을 빨간색으로 했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단어인 ‘이롄’(衣戀)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특히 이랜드 중국 법인은 100% 직영체제로 백화점 입점 원칙을 중국 진출 이후 내내 고수하고 있다. 과거 브렌따노 브랜드가 백화점 수수료가 높아 입점하지 못해 중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이랜드 의류 브랜드의 한계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중국에서만큼은 처음부터 백화점에 입점시켜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전략을 썼다.

또 이랜드는 최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려 스파오의 일본 내 모든 매장을 철수한 가운데 앞으로는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에 좀 더 집중하는 것으로 해외 사업 방침을 수정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5-03-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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