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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15>SK그룹(하)] ‘따로 또 같이’… 자율·책임경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넘는다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15>SK그룹(하)] ‘따로 또 같이’… 자율·책임경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넘는다

입력 2015-01-11 18:16
업데이트 2015-01-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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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계사에 남을 ‘SK 위원회 경영’

2012년 11월 26일 서울 워커힐 호텔 아카디아 연수원에서 열린 ‘2차 CEO 세미나’. 이듬해 경영방침을 정하는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20여개 SK 관계사 대표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와 회장이 단독으로 그룹 경영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한 관계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그룹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위원회 경영의 첫 제안이었다.

최태원(앞줄 오른쪽 네 번째) SK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2012년 11월 경기 용인 SK아카데미에서 열린 ‘2012년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따로 또 같이 3.0’ 체제 출범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앞줄 오른쪽 네 번째) SK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2012년 11월 경기 용인 SK아카데미에서 열린 ‘2012년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따로 또 같이 3.0’ 체제 출범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SK그룹 제공


대표들의 의견은 갈렸다. 방향성은 맞지만 처음 도입하는 경영방식에 대한 우려감과 우리나라 대기업 경영구조상 계열사 대표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교차했다. 최 회장은 “CEO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대목을 잘 알고 있지만 두렵다고 해서 올바른 방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지만 그 길이 맞다면 가야 한다. 문제점은 실행하면서 고쳐 나가면 된다”며 설득에 나섰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 3.0’ 체제의 시작이었다. 이 체제에서 각 계열사는 자율적으로 경영행위를 판단하고 책임을 지게 된다. 그룹에서는 계열사의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별도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지원한다.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SK는 6개 위원회와 1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각 계열사는 개별 비즈니스의 이해관계에 맞춰 7개 위원회에 들어가 ‘따로따로’의 역량을 강화한다. ‘또 같이’는 복수의 계열사가 참여하거나 그룹 차원의 역량이 동원되는 주요 사업 또는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개별 위원회 또는 복수의 위원회가 나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한다.

7개 위원회 중 전략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는 곳이다. 또 그룹의 전체 성과를 관리한다. 그룹 차원의 역량이 투입되는 주요 사업에 대해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각종 경영정보를 제공하고, 각 계열사의 비즈니스를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글로벌성장위원회는 명칭 그대로 그룹과 관계사의 글로벌 성장을 서포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관계사별 사업 역량과 경험을 모아 ‘또 같이’ 진행할 수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 발굴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도 주요 역할이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그룹의 눈과 귀, 입이 되는 조직이다. 그룹 안팎의 다양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또 그룹이 주력하는 경제와 사회 분야 어젠다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외협력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사회공헌위원회는 다른 그룹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직이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관계사와 협력업체를 아우르는 그룹 단위의 동반성장시스템을 만들었다. 계열사별 단편적인 지원이 아니라 수혜 대상이 실질적인 경쟁력과 생존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그룹 전체가 협력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재육성위원회는 그룹이 지향하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윤리경영위원회는 그룹과 관계사의 감사와 법무 행정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특별위원회로 만들어진 ICT기술성장특별위원회는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 관계사 간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앞서 SK그룹은 주요 분기점마다 경영의 틀을 달리했다. 2002년 제주 선언을 통해 각사 생존 경영 중심의 ‘따로 또 같이 1.0’을 시작했다. 재빠르게 부실 회사의 사업조정을 마쳤고, 각 계열사는 어떤 위기에도 그룹 도움 없이 홀로 경영이 가능한 흑자전환 구조로 변신했다. 5년 뒤인 2007년에는 ‘따로 또 같이 2.0’ 체제를 출범했다.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을 이뤘고, 오랜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국내 전체 수출의 10% 안팎을 책임지는 수출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수출 규모가 급증해 2007년 20조원에서 2012년 말 64조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은 69조원에서 158조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주회사에 의존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따로 또 같이 2.0’ 체제는 관계사들이 지주회사에 의존하는 현상을 낳았다. 회장과 지주회사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그룹은 2013년부터 각 관계사에 자율경영과 의사결정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시행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5-0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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