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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양봉에 빠진 달콤한 도시] 벌·벌 떨지마… 벌이 살아 별이 산다

[커버스토리-양봉에 빠진 달콤한 도시] 벌·벌 떨지마… 벌이 살아 별이 산다

입력 2014-05-24 00:00
업데이트 2014-05-2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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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에 쏘여 퉁퉁 부어도 꿀맛 같은 힐링의 시간… 도시 꿀벌 생존율 62.5%… 농촌보다 밀원식물·공원 많아 폐사율 낮아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노들텃밭 양봉장에선 난데없는 포트럭 파티가 열렸다. 김밥, 가래떡, 자몽, 커피 등 참가자 20여명이 준비해 온 음식은 제각각이었다. 이 가운데 최고 인기 메뉴는 아카시아 향이 진하게 풍겨 나오는 ‘꿀’. 지난 2개월간 벌들과의 투쟁(?) 끝에 이날 ‘초보 도시 양봉자’들이 직접 따낸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시범적으로 2개의 벌통에서 일부 수확한 꿀의 양은 8㎏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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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도시 양봉가 되기’ 수업에 참가한 학생, 주부, 직장인 등이 벌집을 내검하고, 채밀기에서 수확한 꿀을 추출하며 꿀벌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어반비즈서울·박재현·송미숙씨 제공
지난 3월부터 ‘도시 양봉가 되기’ 수업에 참가한 학생, 주부, 직장인 등이 벌집을 내검하고, 채밀기에서 수확한 꿀을 추출하며 꿀벌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어반비즈서울·박재현·송미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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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도시 양봉가 되기’ 수업에 참가한 학생, 주부, 직장인 등이 벌집을 내검하고, 채밀기에서 수확한 꿀을 추출하며 꿀벌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어반비즈서울·박재현·송미숙씨 제공
지난 3월부터 ‘도시 양봉가 되기’ 수업에 참가한 학생, 주부, 직장인 등이 벌집을 내검하고, 채밀기에서 수확한 꿀을 추출하며 꿀벌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어반비즈서울·박재현·송미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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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도시 양봉가 되기’ 수업에 참가한 학생, 주부, 직장인 등이 벌집을 내검하고, 채밀기에서 수확한 꿀을 추출하며 꿀벌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어반비즈서울·박재현·송미숙씨 제공
지난 3월부터 ‘도시 양봉가 되기’ 수업에 참가한 학생, 주부, 직장인 등이 벌집을 내검하고, 채밀기에서 수확한 꿀을 추출하며 꿀벌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어반비즈서울·박재현·송미숙씨 제공


이날 채밀 현장을 찾은 대학생 박재현(25)씨는 사촌동생과 함께 정신없이 꿀을 퍼내느라 바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가 양봉 수업에 첫걸음을 뗀 건 지난 3월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벌이 사라지면 4년 내 지구가 멸망한다고 했어요. 제 스스로도 요즘은 벌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다 도시 양봉을 시작하게 됐죠. 초반엔 다들 무서워했는데 이젠 맨손으로도 벌집을 꺼내고 하늘에 벌들이 윙윙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져요. 벌과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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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송미숙(52)씨는 벌에 쏘인 팔다리가 퉁퉁 부어도 도시 양봉이 ‘힐링의 시간’이 됐다고 했다. “꿀, 밀랍 같은 부산물을 얻는 것도 좋았지만 꽃가루받이를 하는 꿀벌의 역할이 우리 환경에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게 됐다”는 그는 “성북구에 있는 사무실 옥상에 교육용 텃밭을 만들고 있는데, 옥상 양봉도 한번 실천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꿀을 얻기까지의 작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벌에 대한 공포부터 눌러야 했다. 마른 쑥을 태워 연기를 내는 훈연기를 벌통 입구에 대고 벌들을 진정시킨 뒤 벌통을 열어 내검에 들어간다. 교미 외엔 먹기만 하는 수벌은 벌통 하나당 암벌 90%에 10% 선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숫자를 맞춰야 한다. 병들거나 죽은 벌들이 없는지, 여왕벌의 산란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는 “도시가 시골보다 벌을 키우기 더 적합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섬 현상 때문에 고온건조한 도시의 환경이 벌이 살기엔 더 좋다는 것. 프랑스양봉협회(2006년 조사)에 따르면 겨우내 꿀벌 생존율은 도시가 62.5%인 반면 농촌은 4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원 식물이 다양하다는 것도 도시의 장점으로 꼽힌다. 농촌은 지역농업과 관련해 한정적인 작물을 재배하지만 도시는 공원 등이 많아 상대적으로 꽃이 많고 식물 종류가 다채롭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작물에 대한 농약 사용이 적어 꿀벌의 폐사 위험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미술관, 극장, 백화점 등 도심 한복판에서 벌을 치는 해외의 양봉 도시들에 비해 국내 도심 양봉장은 외곽 텃밭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어반비즈서울이 지난달 15일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에 벌통을 들이는 데도 1년 가까이 설득 작업을 벌여야 했다. 박 대표는 “일본 긴자의 도시 양봉 프로젝트는 벌을 기르고 꿀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꿀벌과 도시인들의 진정한 공존을 위해 주변 건물 옥상의 녹화 작업을 병행했다”며 “도시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우리 도심에서도 이런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5-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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