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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실종아동 가족들의 ‘슬픈 어린이날’

[커버스토리] 실종아동 가족들의 ‘슬픈 어린이날’

입력 2012-05-05 00:00
업데이트 2012-05-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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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후, ‘눈물의 감옥’에 갇혀 삽니다”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해마다 찾아오는 5월이면 더욱 가슴이 시리다. 해맑은 웃음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죄책감에 눈물로 밤을 지새울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다. 떨칠 수 없는 고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지기는커녕 옛 모습에 선연해질 뿐이다. 실종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늘도 곳곳으로 찾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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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영(57)씨는 지난 1987년 5월 17일 셋째딸 명창순(29·당시 4세)을 잃어버렸다. 시장에서 장사로 근근이 돈을 모아 서울 성동구 노룬산시장(현 광진구 자양4동)에 제대로 된 가게를 장만해 이사한 날이다. 짐 정리를 하느라 잠시 밖에 나가 놀라고 한 게 화근이었다. 서씨의 삶은 이날 이후 송두리째 무너졌다. 딸을 찾아 안 가본 곳이 없다. 서씨는 “벌써 25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아이 우는 소릴 들으면 눈물부터 쏟아진다.”면서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슬픔보다 큰 것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말했다.

장기 아동 실종이 늘고 있다. 경찰청의 실종아동 신고현황에 따르면 2006년 7071건이던 실종은 5년 뒤인 2011년에는 1만 1425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3월 말 현재 2217건이다. 잃어버린 아동들이 곧바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행방이 묘연한 아동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 실종된 아동이 81명에 달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258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찾기 위해 생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년 전 대전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김기석(55)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5년 가까이 찾아 헤맸다. 김씨는 “5년쯤 지나 돌아보니 24평(79.2㎡) 아파트는 사라지고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서씨도 “4~5년간 장사를 접고 아이를 찾아 헤매느라 삶터는 전세로, 다시 사글세로 내려앉았다.”면서 “다른 자식들을 제대로 뒷바라지하지 못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상실감은 가정 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10년전 아이를 잃어버린 A씨는 부인과도 헤어져야 했다. A씨는 “한동안 직장을 쉬면서 아이를 찾아다녔지만 소득이 없었다. 3~4년에 지난 뒤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이제 그만 잊자’고 한 말이 발단이 돼 아내와 불화가 시작돼 결국 이혼까지 했다.”면서 “아내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한 것 같아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실종 등 불행한 사건이 장기화될수록 남아 있는 가족들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의 실종뿐만이 아니라 파산이나 실직 등 처음 불행이 닥쳤을 때는 가족간의 응집력이 강해지지만 문제가 장기화되면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와 갈등이 악순환될 경우 가정 해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2012-05-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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