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우리땅 우리생물’ 국립생물자원관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우리땅 우리생물’ 국립생물자원관을 가다

입력 2012-09-14 00:00
업데이트 2012-09-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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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아의 방주’ 생물자원 ‘주권’ 수호하다

어릴 적 여름방학의 단골 숙제였던 ‘곤충채집’이 사라져 가고 있다. 수수깡 받침에 핀으로 고정시킨 잠자리며 매미 등을 개학날 자랑스레 제출했던 일이 이젠 까마득한 옛 추억으로 남았다. 자연훼손으로 곤충이 귀해지면서 과제물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생물의 다양성이 위협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우수한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물주권 및 세계 생물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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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남 박제사가 폐사한 까치의 사체를 생전의 멋진 모습으로 살려 내고 있다. 로드킬이나 밀렵에 의한 동물의 폐사체들은 박제로 만들어져 연구용으로 쓰인다.
유영남 박제사가 폐사한 까치의 사체를 생전의 멋진 모습으로 살려 내고 있다. 로드킬이나 밀렵에 의한 동물의 폐사체들은 박제로 만들어져 연구용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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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들이 동물자원 표본연구를 위한 채집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멸종 위기 1급 천연 기념물인 ‘장수하늘소’의 성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들이 동물자원 표본연구를 위한 채집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멸종 위기 1급 천연 기념물인 ‘장수하늘소’의 성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원관의 업무는 크게 수장과 연구로 나뉜다. 안내를 맡은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대외협력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고유 자생생물 1376종, 6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며 “자생생물의 생체, 종자, DNA 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사한 동물을 생전의 멋진 모습으로 살려 내는 동물표본실을 들렀다. 죽은 꺅도요와 날개 부러진 까치를 다시 되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내장과 근육, 뼈를 빼내고 철사와 솜으로 새로운 근육과 뼈를 만든 후 꼼꼼하게 봉합한 뒤 자세를 잡는다. 유영남 박제사는 “로드킬이나 밀렵에 의한 폐사체들이 전국에서 수거가 돼서 지난 6년 동안 만들어진 박제만 모두 1000 점”이라며 “일부는 전시를 하지만 대부분은 연구용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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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표본을 수장고에 보관하기 전에 사진을 찍어 정리하고 있다.
나비의 표본을 수장고에 보관하기 전에 사진을 찍어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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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구의 종말이 와도 모든 생물을 복원할 만큼의 표본들이 있다는 수장고.
지구의 종말이 와도 모든 생물을 복원할 만큼의 표본들이 있다는 수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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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와 같이 건조한 박제로 하기에 적합하지 못한 것은 액침표본으로 보관을 한다.
어류와 같이 건조한 박제로 하기에 적합하지 못한 것은 액침표본으로 보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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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식물자원과 연구실에서 ‘한반도 고유종’의 표본작업을 하고 있다.
고등식물자원과 연구실에서 ‘한반도 고유종’의 표본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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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은 어린이들에게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인기가 높다.
‘독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은 어린이들에게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인기가 높다.


지구의 종말이 와도 모든 생물을 복원할 만큼의 표본들이 있다는 수장고에 들렀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17개의 대형 수장고에는 1100만 점 이상의 생물표본 보관이 가능해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곤충과 안능호 연구사는 “항온·항습 패널과 탈색을 방지하기 위한 밀폐형 캐비닛을 사용해 생물표본의 영구 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장수하늘소’를 자연에서 만나 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멸종 위기 1급 천연 기념물인 ‘장수하늘소’는 2006년 광릉에서 발견된 뒤,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연구팀은 성충에서 직접 받은 알에서부터 시작해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쳐 4년 만에 암수 한 쌍의 장수하늘소 성충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변혜우 연구사는 “앞으로 국내 서식지에 단계적으로 정착시킬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물자원과 곤충팀원들이 채집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물자원과 곤충팀원들이 채집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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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식물자원과 연구원들이 채집된 식물의 표본을 하며 연구하는 모습.
식물자원과 연구원들이 채집된 식물의 표본을 하며 연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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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자원과 연구원들이 채집된 식물의 표본을 하며 연구하는 모습.
식물자원과 연구원들이 채집된 식물의 표본을 하며 연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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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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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토종여우에 관한 복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 유정남 연구원은 “이화여대 경희대 등 대학 자연사박물관에서 1960,70년대에 잡힌 토종여우의 박제 3개체를 찾아내 DNA를 추출했다.”며 “토종여우의 정의가 지역적 차이로 규정된 만큼 동아시아 여우를 토종여우로 규정해 복원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실은 현장체험 교육 장소로 인기가 높다. 때마침 열리고 있는 ‘생물이 지키는 우리 땅, 독도’ 특별전을 관람하는 어린이들이들로 전시관은 시끌벅적하다. 최근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으로 한·일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독도에서 식물 종자를 채취하고 있다. 주권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세계는 지금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생물자원 획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전자원인 생물자원은 에너지자원, 광물자원과 더불어 세계 3대자원의 하나다. 생물자원의 경쟁시대에 우리나라가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2012-09-1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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