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극복 방법 나누는 시민들…“함께 애도하며 고민하겠다”[취중생]

참사 극복 방법 나누는 시민들…“함께 애도하며 고민하겠다”[취중생]

송현주 기자
송현주 기자
입력 2025-01-10 11:11
수정 2025-01-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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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각자도생 시대 정신일 수 없어”
전문가들 “시민 연대 사회적 회복에 핵심적”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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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희(29)씨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참사를 대하는 방법 등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사진은 양씨가 제작한 콘텐츠 원본. 유난무브먼트 제공
양소희(29)씨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참사를 대하는 방법 등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사진은 양씨가 제작한 콘텐츠 원본. 유난무브먼트 제공


세월호 침몰 참사, 이태원 참사,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사회적 재난을 겪은 시민들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공유하며 사회의 회복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사회의 재생과 건강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참사 이후 계속 뉴스를 보다가 문득 저같이 비통함, 참담함, 무력함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양소희(29)씨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재난 정신건강 정보’ 등 각종 보고서와 참고 자료를 공부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회적 재난 앞에 애도와 책임을 고민하는 당신에게’라는 안내문을 제작했습니다. 이후 양씨는 지난달 31일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일 수 없어서”,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앞에 허무하게 죽고 다치는 이들을 외면하고 살아갈 수도 없어서”라며 이러한 안내문을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8일 기준 12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게시물을 보고, 1만 4000여개의 공감을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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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한 29일 오후 사고 항공기의 모습 뒤로 새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2024.12.29 무안 도준석 전문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한 29일 오후 사고 항공기의 모습 뒤로 새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2024.12.29 무안 도준석 전문기자


우리가 참사를 대할 때 성숙한 애도 방법은 무엇일까요. 양씨는 ①명확한 사고 원인이 파악되기 전까지 단정과 추측성 보도 확산·재가공 자제 ②사회적 재난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말하기’는 자체로 중요한 사회적 애도의 의미 ③마음이 너무 힘들 때는 잠시 모든 뉴스에서 손을 떼고 긴 호흡으로 재난을 마주할 것 ④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힘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단순히 게시물을 혼자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감되는 말이라 공유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공감한다”, “검열당하고 조용히 추모하란 말에 갇히지 않고 함께 애도한다”며 SNS에서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양씨는 앞서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SNS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는데, 여기서도 해당 게시물을 보고 “평범한 내용 같아도 사회적 처방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는 감사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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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SNS 계정에 참사를 애도하는 방식에 대한 게시물을 올려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한 송현지(25)씨. 송씨 제공
자신의 SNS 계정에 참사를 애도하는 방식에 대한 게시물을 올려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한 송현지(25)씨. 송씨 제공


중학생 때는 세월호 참사, 대학생 시절에는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는 송현지(25)씨도 양씨의 글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자신의 SNS 계정에 참사를 애도하는 방식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송씨는 “갑작스러운 참사 소식에 슬픔과 무기력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며 “참사가 일어났을 때 지금처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애도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질문하는 게 우연히 살아남은 제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서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일은 사회적 회복에 굉장히 핵심적”이라며 “사회 불신을 키우는 참사와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이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을 위로할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은 사회적 신뢰 자본을 높이는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 같이 거버넌스가 가능한 조직이 재난 상황에서 정보 공유 방식, 바람직한 애도 방법 등의 교육을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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