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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기부 전파 바이러스 해외 정상급 정치인들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부 전파 바이러스 해외 정상급 정치인들

입력 2011-01-07 00:00
업데이트 2011-01-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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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오지 등 낮은 곳으로… 삶의 정상에서 빈손으로

‘삶의 정상에서 빈손으로 물러나다.’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전 재산의 사회환원을 선언했다. 사회환원의 의의와 중요성에 모두가 공감하지만, 실천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기부문화가 오래전부터 자리잡은 미국, 유럽 등의 사례를 통해 각국 정상 등 정치인들의 재산 사회환원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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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개인 재산 전체를 사회에 환원하는 ‘상징적’인 행동보다는 사회 활동을 통한 ‘사회 환원 전파 운동’에 치중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이나 연구소를 세우고 이를 통해 캠페인과 모금활동 등을 벌이는 방식이다. 대통령이라는 경험과 인맥을 활용한다. 물질적인 기부와 재능기부가 결합된 형태다. 인세와 강연료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여러 자선단체로 전달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2009년 노벨 평화상 상금 1000만 크로네(약 16억 8000만원)를 10개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나눔 활동을 펴고 있는 사람은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이다. 카터는 퇴임 후인 1982년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카터 센터를 설립했다. 카터 센터는 비정부기구로 28년 동안 세계 평화와 열악한 보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왔다. 8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1984년부터 살 곳이 없는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탯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8년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로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해 대규모 집짓기 운동을 벌였고, 지난해에는 메콩강 유역에서 166채의 집을 지어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다.

빌 클린턴은 퇴임 직후인 2001년 클린턴재단을 설립해 빈곤과 질병 퇴치, 환경보호와 경제성장 등을 위해 각국 정부와 재계, 비정부기구,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에이즈 퇴치를 위해 치료제 가격 인하 운동을 펼친 것을 시작으로 보건과 기후변화, 빈부격차 해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통령 재직 때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2005년에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클린턴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매년 9월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국제적인 현안들에 대한 각국의 관심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억만장자로 유명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가족은 문맹률을 줄이기 위한 ‘패밀리 리터러시 재단’을 비롯해 ‘아동교육지원재단’ ‘바버라 부시 재단’ ‘수월성교육재단’ 등 수많은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록펠러 가문 역시 미국 정계의 기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부통령을 지낸 넬슨 록펠러는 월급을 모두 기부했고, 윈스럽 폴 록펠러 아칸소 부지사 역시 자신의 연봉으로 학교를 세웠다. 캐나다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총리를 지냈던 윌리엄 매킨지 킹이 있다.

대학시절부터 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정치인’으로 키워지는 유럽 정치인들은 재산의 사회환원보다는 사회적 활동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뜻을 같이하는 기업과 기부문화 확산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재단 설립에도 적극적이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퇴임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했다. 버이너이 고르돈 헝가리 총리는 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자 매달 1포린트씩만 받고 있으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 ‘여정’의 인세 모두를 상이군인 재활 프로젝트에 기부했다.

반면 자녀에 대한 세습문화가 강한 아시아권에서는 기부문화가 넓게 정착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야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기부와 사회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재계와 유착관계를 통해 후원금을 받아 소속 의원들을 관리하는 계파 정치의 전통 탓에 기부에 인색하다. 일본 최대의 전기전자그룹 파나소닉을 창업한 고 마쓰시타 고노스케 전 회장이 지난 1979년 사재 70억엔을 들여 재단법인 마쓰시타정경숙을 설립해 정치지망생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사회환원의 예다.

워싱턴 김균미·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1-01-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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