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불편한 진실] (중) 공유지 가치평가 사실상 ‘무법’

[재개발·재건축 불편한 진실] (중) 공유지 가치평가 사실상 ‘무법’

입력 2010-10-12 00:00
수정 2010-10-1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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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평가 주도… 수천억 개발이익 챙겨

재개발·재건축 관계 법령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도로와 공원 등 공유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사실상 무법(無法) 상태이다. 이에 따라 공유지 땅값을 부담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를 주도하고 있다. 수천억원 이상의 이른바 ‘제로섬(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것) 이익’이 조합 측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허술한 법 체계 탓에 조합의 배만 불려 주고 있는 형국이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자체가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에 공유지를 매각하려면 반드시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야 한다. 2003년 6월 ‘주거정비촉진법’ 적용 당시만 해도 도로·공원은 매각 대상이었기 때문에 지자체가 평가를 맡겼다. 하지만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 이후 도로·공원은 양도 대상이 됐으나, 이에 대한 처리 기준은 없다. 이에 따라 조합이 제시한 평가 결과를 지자체가 인정해 주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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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나설 근거없어 법령에 ‘구멍’

이 과정에서 땅값을 평가하는 기준 시점까지 바뀌었다. 도정법은 매각 대상 공유지에 대해 지자체가 조합에 사업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을 공표한 사업시행인가고시일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공유지 중 도로·공원은 평가 시점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는 양도 대상이다. 때문에 대다수 조합들은 자신들이 사업 허가를 요청한 사업시행인가신청일 등을 기준으로 공유지의 가치를 평가한 뒤 이를 근거로 해당 지자체와 땅값을 정산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인가신청일로부터 인가고시일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차가 발생한다. 개발 추진 지역에서는 사업 단계별로 땅값이 급등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 기준일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매각이든 양도든 소유권이 바뀐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용어가 달라지면서 기준이 사라진 꼴이 됐다.”면서 “현 평가 관행은 조합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준이며, 이는 위법이 아니라 무법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적잖은 재개발·재건축 이익을 보장해 주는 상황에서 조합에 지자체 주민의 재산까지 헐값으로 넘겨 추가 이익을 안겨 주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적정 가격으로 공유지가 거래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허점을 지닌 도정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사업시행인가가 난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서울에서만 216곳 1410만 4373㎡이다. 전국적으로는 훨씬 더 많다. 그러나 공유지 가치를 조합이 아니라 지자체가 평가 시점을 인가신청일 대신 인가고시일로 삼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3곳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재평가차액은 이들 3곳에서만 182억원에 이른다.

●서울 200여곳 평가기준 인가신청일로

A아파트는 전체 사업부지 19만 9653㎡ 가운데 2만 2868㎡가 도로와 공원 등 공유지였다. B아파트는 13만 3060㎡ 중 3만 5150㎡의 공유지가 포함돼 있었다. C아파트는 전체 2만 686㎡ 중 공유지가 6144㎡였다. A아파트는 2004년 10월, B아파트는 2004년 12월, C아파트는 2005년 4월 각각 시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는 인가를 신청한 날로부터 5~6개월 이상 뒤였다.

조합 측이 인가신청일을 기준으로 평가한 공유지의 가치는 A아파트 1120억원, B아파트 1582억원, C아파트 263억원 등이었다. 하지만 서초구는 2007년 9월 공사가 한창이던 이들 3개 단지의 공유지에 대해 인가고시일을 기준으로 다시 평가했다. 같은 해 12월 재평가 결과 조합 측이 제시한 평가액에서 A아파트 224억원, B아파트 240억원, C아파트 50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조합이 서초구에 지불해야 하는 공유지 평가차액(기존 공유지 땅값-새 공유지 설치비용)도 A단지 78억원, B단지 68억원, C단지 36억원 등 모두 182억원이 늘어났다. 조합 이익은 182억원 감소하고 서초구의 재정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자체 몫이 돼야 할 공유지 처분에 따른 개발이익을 조합이 챙기고 있으며, 지금까지 적어도 수천억원이 넘을 것”이라면서 “공유지 평가 주체와 시점 등을 명확히 해야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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