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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떠난 공주, 그리고 꽃누나

하늘로 떠난 공주, 그리고 꽃누나

입력 2014-11-17 00:00
업데이트 2014-11-1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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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자옥 1951.10.11~2014.11.16

‘외로운 공주’이자 ‘국민 꽃누나’로 40여년 동안 사랑받았던 배우 김자옥씨가 16일 오전 7시 40분 별세했다. 63세.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활발히 활동해왔던 그는 최근 암이 폐로 전이돼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그의 소속사는 16일 “지난 14일 병세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면서 “사인은 폐암에 따른 합병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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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소녀’ 배우 김자옥씨의 빈소가 16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정 사진 속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이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 앞에 놓인 연예계 동료들과 지인, 팬들에게 더욱 큰 비감을 안겨주고 있다.  연합뉴스
‘만년 소녀’ 배우 김자옥씨의 빈소가 16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정 사진 속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이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 앞에 놓인 연예계 동료들과 지인, 팬들에게 더욱 큰 비감을 안겨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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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옥씨는 1970년대 청순가련한 여인(①)에서 1990년대 ‘공주병 소녀’(②)로, 2000년대 자상한 어머니로 연기 변신을 하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tvN ‘꽃보다 누나’(③)에 출연해 소녀 같은 감수성으로 ‘로맨틱 자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 4월 최주봉, 윤문식 등과 함께 열연한 악극 ‘봄날은 간다’(④)가 마지막 작품이 됐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김자옥씨는 1970년대 청순가련한 여인(①)에서 1990년대 ‘공주병 소녀’(②)로, 2000년대 자상한 어머니로 연기 변신을 하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tvN ‘꽃보다 누나’(③)에 출연해 소녀 같은 감수성으로 ‘로맨틱 자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 4월 최주봉, 윤문식 등과 함께 열연한 악극 ‘봄날은 간다’(④)가 마지막 작품이 됐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이날 오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오후부터 동료 연예인들과 지인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개그우먼 박미선씨 등은 접객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배우 허진(65)씨는 “자옥이는 크고 작은 선물을 주는 등 늘 살갑게 잘해줬다”면서 “예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는데 이렇게 떠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인과 함께 30여년간 사랑의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신도들도 빈소를 찾았다. 김씨는 남편 오씨에게 “내가 만약 저세상으로 가면 (사랑의교회)호산나찬양단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남순(63)씨는 “김씨는 생전에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느끼고 울음도 많았던 사람”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시인 김상화의 2남 5녀 중 3녀인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성우로 활동하다 1970년 MBC 2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영화 ‘보통여자’, ‘O양의 아파트’, ‘영아의 고백’ 등과 드라마 ‘모래 위의 욕망’, ‘사랑과 진실’, ‘유혹’ 등에서 열연하며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아시아영화제 우수배우상 등을 수상했고, 성우 부문에서도 한국방송대상 성우상을 받았다. 청순가련한 여인의 대명사로 떠오른 그는 김영애, 한혜숙과 함께 1970년대를 풍미한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화무십일홍’의 깨달음은 그에게서만은 비켜 갔다. 그는 1996년 MBC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공주병에 걸린 여고생을 연기하면서 “너 나한테 홀딱 반했지?”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마흔다섯 살에 ‘공주병 소녀’로 파격적인 변신에 성공,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여세를 몰아 ‘공주는 외로워’라는 노래로 가수로 데뷔했다. 사회적으로 ‘공주병’ 신드롬이 불었고 그의 음반은 60만장이나 팔렸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고운 외모와 목소리, 소녀 같은 성격을 그대로 간직한 그는 ‘만년 소녀’로 불렸다. 올해 초 종영한 tvN ‘꽃보다 누나’에서는 여전히 소녀 같은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디오클레티아누스궁전 지하를 걷다 흥에 겨워 춤을 추는가 하면, 빨간 구두를 찾아 시내 상점가를 헤매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인기와 맞물려 ‘국민 꽃누나’로 사랑받았다.

화려해 보이는 그의 인생은 기실 시련 뒤 더욱 단단해진 것이었다. 1980년 가수 최백호씨와 결혼한 뒤 3년 만에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 그는 1년 뒤 가수 오승근씨와 재혼, 최근까지도 토크쇼에 함께 출연하는 등 잉꼬부부의 오손도손한 모습을 뽐냈다. 또 대장암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수술을 받자마자 드라마 ‘워킹맘’을 시작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 ‘지붕뚫고 하이킥’, ‘오작교 형제들’에 이어 ‘세 번 결혼하는 여자’까지 출연하며 연기 혼을 불태웠다. 그는 ‘꽃보다 누나’에서 계속되는 항암치료와 공황장애의 고통을 토로하면서도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나를 바꾸겠다”고 자신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유족으로는 남편 오씨와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4-11-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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