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 해제 ‘카터 친서’ 등 공개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美 대응 담겨체포~재판 과정 기록 56쪽 분량 포함
‘DJ는 공정한 재판 받지 못했다’ 결론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1980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가 한국 대통령 전두환에게 보낸 ‘김대중 사면 요청’ 친서. 친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형 가능성을 두고 “한미 관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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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씨에 대한 사형 집행 가능성에 관해 미국 국민과 의회, 정부의 우려가 크다. 한미 관계에도 위협이 될 것이다.”
1980년 12월 6일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는 당시 한국 대통령 전두환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김대중 사면 요청’ 친서를 전달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김대중 전 대통령 16주기를 맞아 카터 대통령의 친서를 비롯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기밀 해제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관련 문서를 18일 공개했다.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 장악을 위해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상황과 미국 정부의 대응을 살펴볼 수 있는 문서가 처음 공개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울신문 DB
1980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군사법정에서 재판받는 김 전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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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1980년 신군부가 북한의 사주를 받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운동가 20여명을 군사재판에 부쳐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한 사건이다.
최근 기밀이 해제된 자료는 종이 상자 2박스, 약 3150장 분량으로 미 국무부 산하 인권 및 인도주의국에서 작성하거나 보관했으며 1980년 한국 주재 미국대사관이 국무부로 보낸 전문(電文), 내부 문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김 전 대통령의 재판 상황을 낱낱이 보고한 기록도 있다. 국무부 법률고문실이 1980년 12월 22일 작성한 보고서는 총 56쪽 분량으로 체포 순간부터 재판에 이르는 과정을 제3자의 관점에서 상세히 담았다. 이 보고서는 김 전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 중에는 1980년 8월 일본가톨릭정의평화협의회가 발행한 ‘광주에서 발생한 최근 사건에 관한 문서’ 등 5·18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문서는 계엄군의 무차별적 진압 행위를 “대량 학살과 암살”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관련 자료는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archive.history.go.kr)에서 볼 수 있다.
2025-08-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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