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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된 ‘무술 10단’ 의 조폭 잡던 시골 형사

시인이 된 ‘무술 10단’ 의 조폭 잡던 시골 형사

입력 2015-10-01 14:41
업데이트 2015-10-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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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쓰면서 키운 ‘시인의 꿈’…30여년 만에 이뤄



’별 없는 밤은 / 밤안개가 내려앉는 / 오늘 같은 밤일게다/…/ 나 버리고 / 떠난 님 볼 수 있게/ 내가 별이 되리라.’

이 시를 쓴 시인 경찰관 권태인(사진, 50) 경위는 경북 청송경찰서 현서파출소에 근무한다.

경북 안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시(詩)를 유난히 좋아한 문학소년이었다.

하지만, 시를 좋아한 만큼 그의 주먹은 남들보다 컸고 몸은 날랬다.

그래서인지 청소년기는 남들과 조금 달랐다. 장학금을 받으며 고교를 다닐 정도의 성적이었으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주먹질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준이었지만 요즘 말하는 ‘일진’과는 차원이 달랐다. 남들을 괴롭히는 비슷한 또래를 보면 꼭 이른바 ‘맞짱’을 붙어야 했다.

사춘기 때 방황 때문인지 고 3때부터는 성적이 확 떨어졌다.

1984년 봄 안동고를 졸업한 청년 권군은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강의실에 갇힌 생활이 싫었다. 그 때문에 대학생활을 접고 이듬해 특전사에 부사관으로 지원했다.

태권도(2단), 합기도(3단), 격투기(4단), 검도(1단) 등 무술 10단의 실력을 갖춘 그는 ‘인간 병기’를 만들어 낸다는 특전사 훈련을 1등으로 수료하기도 했다.

모범적인 군 생활을 계속하다가 캠퍼스에 미련이 남아 군 위탁장학생으로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하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그만뒀다.

이후 목숨을 걸고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특전사 생활에 푹 빠졌다고 한다. 남들은 2년도 길게 느끼는 군 생활이지만 그는 복무를 연장해가며 6년이나 했다. 지금은 없어진 부대이지만 복무 기간에 대통령 비밀 경호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20대 초반을 보낸 군 생활에 대한 기억때문인지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은 ‘검은베레 특전사’를 알리는 음악이다.

1990년 제대한 그는 국민을 위한 봉사를 이어가려고 2년 뒤인 1992년 부산지방경찰청 소속으로 경찰에 입문한다.

1996년 고향인 경북 안동경찰서로 근무지를 옮겨 대부분을 형사로 일했다.

강력범을 붙잡을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형사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그러나 힘든 형사생활을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처벌을 받은 범인이 사회에 나와서 다시 범죄의 그늘에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갈 때 맛보는 기쁨은 형사생활만의 매력이었다.

살인·강도·마약·조폭·절도 등 강력범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선거범죄, 공무원범죄 등 지능범죄 수사나 기획수사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에 안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폭력조직 ‘대명회’의 조직원들을 대부분 검거한 경력은 아직도 안동에서 회자한다.

당시 권 경위가 포함된 안동경찰서 형사들이 대명회 조직원 70%가량을 체포했다. 그 이후 ‘대명회’는 거의 와해해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권 형사에게 붙잡혔거나 조사받은 대명회 조직원들은 지금도 그를 ‘저승사자’로 부른다.

주먹을 쓰고 강력범들을 수사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어릴 적부터 가졌던 시심(詩心)이 떠나지 않았다.

틈틈이 수많은 습작 시를 쓴 이유다. 시를 사회관계망(SNS)에 올리기도 했다. 누구의 관심을 바라며 쓴 시는 아니었지만, 반향은 뜻밖에 좋았다.

어느 날 SNS에서 권 경위의 시를 본 한 시인이 연락해 등단을 권유했다.

자신감을 얻은 권 경위는 시 5편을 대한문인협회에 보냈다. 대한문인협회는 그를 ‘2015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1일 자로 등단시켰다.

수상 시가 된 ‘별이 되리라’는 1일 대한문인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오는 12월 발간되는 대한문인협회 문예지인 ‘계간 대한문학세계’에는 수상작 등 3편의 시가 수록된다.

권 경위는 “시인이 되려고 했던 어린 시절의 꿈이 40년 가깝게 지나 흘러 이뤄졌다”며 “바쁘게 생활하느라 항상 뒷전에 밀렸던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더욱 봉사하고 노력하는 경찰관 시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시인의 등단식과 수상식은 오는 12월 20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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