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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모르는 남자의 주거침입, 여성 70%는 성범죄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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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7-25 15:55 사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경찰젠더연구회 ‘형법의 법 감정’ 논문
속옷 도난 사건에 여 80% “성범죄 의도”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징역 1년형 그쳐
“법 감정 반영한 수사 처리와 판결 필요”
여성 집에 침입하려 한 30대 남성 체포 사진은 2019년 6월 18일 광주에서 한 남성이 피해자의 주거를 침입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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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집에 침입하려 한 30대 남성 체포
사진은 2019년 6월 18일 광주에서 한 남성이 피해자의 주거를 침입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연합뉴스

모르는 남자가 집 앞까지 따라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자, 그 남자가 문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가까스로 문을 잠갔지만 남자는 5~10분 동안 문을 두드리며 서성이다 사라졌다.

만약 남자가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20~30대 일반인의 생각은 성별에 따라 판이하게 갈렸다. 남성들은 폭행과 상해 피해를 예상한 반면 여성들은 성폭력 피해를 가장 우려했다. 성범죄로 분류되지 않는 주거침입, 절도 등 단순 범죄도 여성 상당수는 성범죄에 맞먹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은 시민들의 법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찰 내 학술모임 ‘경찰젠더연구회’의 논문 ‘형법은 누구의 법 감정을 반영하는가’에 따르면 모르는 남자의 주거침입 사건에 대해 여성 응답자의 68.5%가 강간, 강제추행과 같은 성폭력 피해를 입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생명·신체적 피해(27.8%)가 걱정된다는 의견은 그다음이었다. 남성 응답자의 69.8%가 폭행, 상해와 같은 생명·신체적 피해를 예상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경찰젠더연구회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7~9일 20~30대 일반인 218명(여성 112명, 남성 1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했다.

논문은 응답자들에게 ‘동료들과의 출장 기간에 가방에 넣은 속옷이 사라진 사건’을 제시하면서 절도범의 범행 의도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절도범의 성별은 따로 제시되지 않았다.

남성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5.8%는 절도범에게 성범죄적 의도가 있다고 답했다. 재산상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는 응답(30.2%)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 응답자 중 절도범에게 성범죄적 의도가 있다고 밝힌 응답 비율은 79.6%에 달했다. 생명·신체적 가해 의도가 있다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지만 7.4%에 그쳤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피해자를 따라가 피해자의 주거를 침입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30대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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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피해자를 따라가 피해자의 주거를 침입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30대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연구를 진행한 김영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사는 “남성들은 주거침입, 절도 등을 하나의 독립된 범죄로 여기지만 여성들은 성폭력 등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예비단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피해자를 뒤쫓아간 30대 남성이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주거침입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남성은 지난해 6월 징역 1년형을 확정받았다. 주거침입죄의 최대 형량은 징역 3년이다.

김 경사는 “일반범죄 중 성범죄와 다를 바 없는 범행은 계속 증가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형법상 구성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감정과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건 처리와 판결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을 뒤따라가 현관문을 열고 창문으로 손을 넣거나 나체 상태로 문을 두드리는 등의 행위도 단순 주거침입죄가 아닌 성범죄의 예비나 미수 단계까지 고려해 처벌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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