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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100일, 그래도 쿠데타는 실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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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5-09 18:22 아시아·오세아니아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밀크티 동맹 미얀마’ ‘저스티스 포 미얀마’… 저항하는 미얀마인들이 보낸 편지

“무자비한 군부 탄압에 일상 파괴됐지만
정부 산업 보이콧·불복종 운동 등 진화
국제사회, 군부 돈줄 끊고 무기 금수를
한국 지지 시위 큰 힘… 지속적 관심 절실”

11일은 미얀마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서울신문은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활발히 민주주의 시위를 펼치고 있는 ‘밀크티 동맹 미얀마’와 ‘저스티스 포 미얀마’ 두 단체를 서면 인터뷰했습니다. 주로 2030세대인 이들은 자유를 간절히 열망하며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미얀마의 가장 큰 도시이자 옛 수도인 양곤은 ‘분쟁의 끝’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이어 2011년 문민정부 출범 이전까지 몇 십 년 동안의 군부 독재를 거친 이 나라에서 양곤이라는 이름은 갈등과 반목을 끝내길 바라는 시민의 간절한 희망과도 같죠. 하지만 2021년 현재, 희망의 도시는 다시 위기를 맞았습니다. 양곤을 포함해 수도 네피도, 만달레이 등 주요 도시에선 지난 2월 민 아웅 흘라잉이 지휘하는 군부의 쿠데타 이후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상은 파괴됐습니다. 일을 못 해서가 아니라 대통령과 시장이 사라지면서 직장을 잃는 기분을 아시나요? 지난 100일은 매일이 위태롭고 충격적이었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루 동안 수십 명의 사람이 머리에 군경의 총을 맞고 스러지던 때입니다. 두개골에서 뇌가 흘러내리는 모습, 탄환이 얼굴을 망가뜨려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모습을 눈앞에서 봤습니다. 평소라면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엔 친구,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편안히 쉬었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언제 군경의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바깥에 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대신 집에 머무르며 혁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몇 달간 시위 양상도 바뀌었습니다. 초기엔 무력 충돌과 대규모 시위 위주였다면 지금은 기존 거리 시위와 함께 불복종 운동, 군부 연계 산업 보이콧 활동을 펴고 있죠. 은행과 석유, 가스업 등 정부 산업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집단 파업을 벌이고, 시민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활용해 시위를 열며, 군부와 관계된 곳에 페인트를 뿌리는 등 저항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군부가 인터넷을 끊으면 우리는 투쟁 상황을 전하는 팸플릿을 제작합니다.

군부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선 폭력 즉각 중단 등 5개항 합의를 수용하는 듯이 굴었습니다. 그러고는 무자비한 탄압을 계속 이어 가고 있습니다. 군 수뇌부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 아주 명백합니다. 군부의 태도는 외교적 성명으로 제어할 수 없습니다. 무기 수입을 막고, 군부에 흘러가는 현금의 흐름을 끊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미얀마 민주화 지지 시위도 큰 힘이 됩니다. 미얀마 밖에서 우리를 생각하며 따뜻한 몸짓을 보내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미얀마 사태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군부가 국민을 대하는 방식은 민주주의 제도, 인권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입니다. 이대로 군부가 승리한다면, 다른 국가의 독재자들이 얼마나 더 큰 유혹을 느낄까요. 군사정권의 종말과 민주주의의 정착을 전 세계가 함께 외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얘기합니다. 지금 미얀마의 젊은이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 기술에 익숙합니다. 기술에 익숙하다는 건 우리 권리가 뭔지, 다른 국가는 어떻게 자국민을 배려하고 존중하는지 잘 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더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추진력이 강합니다.

전력 면에서 시민들이 군부에 뒤처질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군부의 완전무장과 갈수록 무자비해지는 잔인함에서 ‘무력함’을 봅니다. 도시를 파괴하고, 수많은 이들을 살해하고 고문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그들이 이 나라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언합니다. 쿠데타는 실패하고 있다고. 우리의 목표를 끝내 이룰 수 있게 모두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5-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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