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다음 주에 이사를 갑니다. 12년 만입니다. 저희 네 식구 오순도순 살 만한 아담한 아파트로 옮기게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세이긴 해도 새로 벽지를 바르고, 페인트도 칠하면서 살짝 마음이 들뜨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이사 가는 게 물론 처음은 아닙니다. 여섯 번째입니다. 그런데도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됩니다.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줄여 가는 것이라 남들이 보면 아주 좋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 분명히 좋습니다. 우선 제가 사랑하는 북한산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아서 좋고, 회사에서 오히려 더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또 전망도 더 좋아 집주인 말로는 “봄엔 앞산 진달래가 끝내준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거기다 관리비도 적고 전기, 가스 사용료도 당연히 줄어들 테니 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그런데, 정작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아내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세월의 짐’들을 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저 버릴 것과 그 집에서 꼭 필요한 물건, 이렇게 둘로 딱 분류하면 될 텐데 뭘 그리 고민하지?’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습니다. 잘 참았지요. 안 그랬으면 괜히 큰일 앞두고 부부싸움거리나 제공했겠지요. 대신 책이나 옷가지 등 내 물건은 내가 처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발칵 뒤집으며 ‘정리’를 했습니다. 결과는 실패. 자꾸자꾸 버리고 싶지 않은 물건이 한쪽에 쌓여만 갑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나 ‘버리고 떠나기’까지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결혼한 지 25년이나 된 중년 부부이니 스님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고민 끝에 저희 부부는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신혼 때로 돌아가자. 그때로 돌아가 하나하나 다시 시작하자. 그런 마음을 먹으니 이상하게 짐 정리도 금세 간단해졌습니다. 반면 사랑도, 행복도 더 커질 것만 같은 포근함이 밀려왔지요.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