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벽돌, 담쟁이덩굴] 가을 기도

[붉은벽돌, 담쟁이덩굴] 가을 기도

입력 2010-10-10 00:00
업데이트 2010-10-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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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감, 대추, 밤….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 주머니는 허전해도 왠지 따뜻한 것 같고, 평소와 달리 만사에 너그러워지고 싶은 때입니다.

밥보다 과일을 더 좋아하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과일을 고를 때 무얼 제일 중요하게 봐?” “당연히 맛이지.” “그럼 먼저 맛을 한번 보고 사나?”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대충 예쁜 모양을 보면 알지 않아?” 이 사람이 무슨 말을 꺼내려고 이러나, 아내는 살짝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저를 쳐다봅니다.

“벌레 먹은 밤, 까치가 먹다 남은 감!”

제 말에 아내는 금세 맞장구를 칩니다. “맞다, 맞아.”

오래전부터 벌레가, 까치가 아니, 수많은 동물이 어떻게 맛을 알아낼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저 배고프면 아무것이나 다 먹을 텐데 꼭 맛있는 것만 찾아서 먹는 그 감각, 지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겉모양이 아닌 속에 담긴 내용물의 진가를 알아내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제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렇다면 이런 곤충, 동물들의 본능을 사람들도 배워 세상사의 겉포장을 걷어내 버리고, 화장을 지워낸 내면 그대로를 꿰뚫어볼 수는 없을까요. 그래서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가식적인 정치인들의 말장난을 듣지 않아도 ‘오, 엑스’를 순식간에 결정할 수 있다면 세상에 낭비가 얼마나 줄어들까요.

이 가을의 한가운데서 기도드립니다. “벌레, 까치와 같은 능력, 혜안을 주시옵소서. 저한테만 주시기 부담스러우시면 나라의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하는 날 하루만이라도 골고루 나눠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하느님!”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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