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 온 지 한 달쯤 됐을 때의 이야기다. 여러 가지 임무에 대해 배우며, 군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경계근무는 특히 중요해서 수차례 근무 요령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드디어 며칠 후, 첫 경계근무 투입 날. 첫 근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군 생활을 결정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특히 ‘수하’를 열심히 연습했는데, 수하란 피아 식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해 아군끼리 정한 약속이다.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전방에 신원을 알 수 없는 거수자가 출연했다. 지근거리까지 유도한 후에 너무나 근엄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손들어. 움직이면서 쏜다!”
그렇게 사고를 쳐버린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빵 터졌는데, 유독 한 사람, 사수였던 고참만 정색을 하고 있었다.
막사로 복귀한 나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찐하게 보내야 했고, 이등병 생활 내내 웃음거리가 되었다. 심지어 우리 부대 경계근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까지 받았다. 그 기억이 바로 엊그제 일같이 생생한데, 벌써 전역이 20일도 남지 않은 말년병장이 되어버렸다.
양원회(대구 북구 태전동)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