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 서울] 천의 얼굴, 서울에 끌리다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 서울] 천의 얼굴, 서울에 끌리다

입력 2010-10-10 00:00
업데이트 2010-10-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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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곳곳에서 ‘Hi Seoul’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고백하건대 서울을 다시 둘러보게 된 건 순전히 ‘Hi Seoul’이라는 문구의 매력에 끌려서다. 폭염이 채 걷히지 않은 도심의 거리, 서울의 거리는 아직 뜨겁다. 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까닭인가. 그날의 뜨거웠던 함성이 아직 거리를 달구고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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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둘러보는 서울의 모습이 불현듯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여자처럼 새롭게 다가서는 건 무슨 이유일까. 천만 인구가 저마다 각진 외로움을 안고 사는 도시. 도도한 역사와 문화, 강물이 꿈틀거리는 그 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강을 건너는데 문득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육지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섬이라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디로 떠밀려가고 있는지, 그것을 빤히 쳐다보면서도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강물에 속절없이 몸을 맡긴다.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고독과 소외감을 안고 떠가는 사람들, 몸과 몸 사이 간극이 넓다. 이 거대한 섬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도 조금씩 섬이 되어 간다. 하지만 고독을 느낀다는 건 아직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므로 나는 걷는다. 정지해 있는 동안은 사고(思考)하지 못한다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무작정 길을 걷는다. 길은 단절이기도 하지만 또한 소통이기도 하므로. 길 위엔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섬과 섬 사이를 이어주는 길, 그 소통의 길을 찾아 나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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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섬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사동은 현대와 전통이 잘 어우러진 타임캡슐 같은 곳이다. 우리가 잃어버렸던 마음속의 풍경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인사동은 원래 조선시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고급 주택가와 육의전 거리를 연결하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조선이 몰락하면서 대저택들이 잘게 나눠지게 되었고 그 사이로 좁은 골목들이 생겨났다. 지금은 고서화 화랑과 모던 화랑, 전통예술품 상점, 전통찻집, 전통음식점 등이 들어앉은 인사동은 돈 한 푼 없이도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서민들의 거리로 변모했다.

골목과 골목들이 서로 얽히고 맞물려 마치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다. 골목마다 무슨 내밀한 비밀 한 가지쯤 품고 있는 듯하다. 한때는 부귀영화를 떠받들던 당간지주들이 낯선 이방인을 맞는다. 한옥 낮은 처마 밑으로 새어드는 햇살에 골목의 표정이 잠시 환해진다. 전통찻집이라 이름 붙인 어느 곳을 들어가더라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오래된 기와만큼이나 정겨운 얼굴들이 골목을 밝힌다. 집은 주인을 닮고 주인은 집을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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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길을 지나다가 몇 해 전 이곳에서 보았던 앤디 워홀의 그림들이 떠오른다. ‘무언가 소망하기를 멈추는 순간 당신은 그것을 갖게 된다. 나는 이 명제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앤디 워홀의 말을 되뇌어본다. 앤디 워홀의 고독을 생각할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이는 건 내가 도시인이 되어 간다는 반증이다. 어느덧 피맛길에 들어선다. 피맛길은 조선시대부터 서민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길이다. 양반 대감들이 타고 다니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길에는 골목골목 싸고 맛있는 집들이 그득하다. 요즘은 주로 번화가의 휘황찬란함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길이기도 하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자주 애용하는 이곳 피맛길에선 적당히 긴장을 풀고, 허리띠 풀어놓고 술을 마셔도 좋다. 대폿집과 고갈비, 그리고 연탄 석쇠가 그리운 이들이라면 한번쯤 이 골목의 분위기에 취해 보는 것도 좋겠다.

새로 조성된 광화문광장에 시원스레 분수가 솟구친다. 아스팔트로 덮여 있던 도로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건 반가운 일이다. 청계천 맑은 물소리가 머리를 적신다. 청량한 물소리를 밟고 청계천을 따라 걸어본다. 원래의 물길을 되돌려놓았을 뿐인데, 청개천은 언제부턴가 서울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개발이라는 명제 아래 파헤쳐진 자연을 다시 복원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터, 서울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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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한옥마을에 매미소리가 끓어 넘친다.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던 명문 양반가옥을 그대로 이전 복원해 놓은 이곳의 풍경들이 낯설지 않다. 대청마루에 앉아 잠시 마음을 놓는다. 마음을 놓는다는 거, 각박한 일상 속에서 가당키나 했던가. 이것이 한옥이 우리에게 주는 안식이다. 유익한 정보 한 가지. 이곳 한옥마을에서는 주말이나 명절 때마다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우리의 전통생활양식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옥마을을 나와 근처 명동을 둘러보거나 혜화동 대학로를 거쳐 성북동 여기저기에 산재한 미술관을 관람하거나 삼청동 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촌마을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한강. 소용돌이치는 저 강물처럼 서울도 과거로, 미래로 흐른다. 한강변을 끼고 돌다가 월드컵경기장의 위용이 눈길을 잡아끈다. 저 뜨거웠던 2002년의 함성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월드컵경기장이 세워진 난지도는 한때 버려진 땅이었다. 난지도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오욕과 허물이 묻혀 있는 쓰레기 매립지였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경기장이 들어서 있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 더미 위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공원은 시민들의 쾌적한 휴식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한강시민공원, 월드컵공원, 난지천공원, 하늘공원… 그중 난지지구에서 가장 높은 하늘공원엔 억새와 띠 등 광활한 초지가 형성되어 해마다 가을이면 억새풀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야경은 우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도심 속에서 삶의 여유를 느낄 만한 공간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생활의 활력소가 될 만한 것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Hi Seoul, 서울은 아직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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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이동수단

서울 도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수단이다.

도로 정체가 심해 되도록 자가 운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데

그중에서 서울 ‘시티투어버스’를 추천하고 싶다.

시티투어버스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경희궁 등

사대문안 궁궐과 서울타워, 명동, 인사동 등

인기 관광명소와 쇼핑지도 둘러볼 수 있다.

출발지인 광화문에서 1일 이용권(1만원)을 구입한 후

관광책자를 보고 관광하고 싶은 곳의 정류장에 하차해

마음껏 쇼핑도 하고 관광한 후

다음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또 다른 관광지를 향해

여정을 계속하는 방식이다.

버스는 30분마다 정류장에 하차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다.

코스에 따라 2층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글·사진_ 고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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