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규 변호사 칼럼 - 집합건물이야기 3] 집합건물, 비리를 캐려는 자 vs. 막으려는 자

[조정규 변호사 칼럼 - 집합건물이야기 3] 집합건물, 비리를 캐려는 자 vs. 막으려는 자

이보희 기자
입력 2015-11-16 13:42
업데이트 2015-11-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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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규 변호사
조정규 변호사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고 회계자료의 보관의무, 외부 회계감사 의무, 자료공개 의무, 공개경쟁 입찰의무 등을 부담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하고, 관리사무소장에 대해서도 일정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고 있다. 그러나 주택법이 아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 오피스텔이나 대형 상가건물, 주상복합아파트의 상가부분 등은 위와 같은 법률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법이 이렇게 정해져 있다 보니 일반 상가집합건물 등에서의 비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집합건물은 원칙적으로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관리단을 설립해야 하고, 적법한 선거절차를 거쳐 관리인을 선정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집합건물은 적법한 선거절차를 거치지 않은 관리인에 의해 관리가 되고 있다.

집합건물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에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정절차에 의해서는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이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집합건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조정위원회를 두고 있고, 서울시도 2013년 11월부터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의견이 많다. 애초 조정 절차는 판결 절차와는 달리 당사자간의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이고, 피신청인이 조정에 불응하거나 어느 한쪽 당사자라도 조정안에 대하여 수용을 거부하면 강제력이 없이 때문이다.

집합건물 분쟁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소송절차를 개시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관리단이 일을 엉망으로 하고 있다는 심증은 강하게 있으나,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자료를 준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법은 입주민이 회계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집합건물법은 규약이나 연간 보고서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등사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결국 오피스텔이나 상가 집합건물의 회계장부 열람은 자체적으로 작성한 관리규약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관리규약에서 회계장부 열람에 관하여 규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심지어 관리규약 자체가 없는 집합건물도 부지기수이다.

임차인이나 구분소유자 입장에서 집합건물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회계장부의 열람이 필수적인데 현재로서는 그 자료를 열람할 법적 근거가 없다. 물론 일단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등을 통해 회계장부를 입수할 수 있지만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관리규약에 회계장부 열람·등사에 관한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관리인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장부 열람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다. 신청인이 관리규약상의 열람·등사 청구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무분별한 열람·등사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등의 구실을 들어 열람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합건물의 비리를 캐려는 자는 어떠한 절차를 거쳐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우선은 집합건물법의 규정에 근거하여 관리규약의 열람·등사를 신청한 뒤 관리규약상 회계장부의 열람에 관한 근거규정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단 한 줄이라도 회계장부 열람에 관한 규정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열람을 신청하고, 관리인측에서 이를 거부하면 열람·등사 청구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소장에 피고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열람청구 소송의 피고는 집합건물의 관리단, 관리인, 관리사무소, 관리사무소의 소장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중에서 법원이 알아서 피고를 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법원은 소장에 정당한 피고를 기재하지 않으면 본안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바로 소송을 각하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일부의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이 회계장부의 열람·등사 청구를 할 때에는 집합건물의 ‘관리주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즉,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의 소송은 ‘관리단’을 피고로 기재하여 제기해야 하고, 관리인이나 관리사무소 등을 피고로 기재하면 각하를 면하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관리인이 집합건물을 정당하게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분소유자가 막무가내로 관리인을 끌어 내리기 위해 회계장부의 열람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관리인은 이러한 때에 관리규약상 열람·등사에 관한 규정을 검토하고, 일단은 열람을 거부한 뒤 시간을 두고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대응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최근 집합건물법 개정안은 일반 집합건물에 대해서도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을 인정하고,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하고 있다. 집합건물법도 주택법과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규율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내용의 집합건물법 개정안은 수년전부터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국회의 의결을 얻지 못하였다. 앞으로도 언제 국회를 통과하여 실행이 될지는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는 집합건물 비리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집합건물법이 개정되어 열람·등사권이 자유로이 인정된다하더라도 관리인의 장부조작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합건물과 관련된 비리는 결국 법원의 소송을 통하여 해결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법적 절차 고려한다면 장부 열람을 통해 의문점을 찾아낸 후 관련자의 증언을 확보하고, 부정한 입출금 내역을 확보하는 등 증거자료 수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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