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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심사평] ‘인간성 상실의 풍경’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려

[2016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심사평] ‘인간성 상실의 풍경’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려

입력 2015-12-31 16:50
업데이트 2015-12-3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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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현실 폭로와 재현 작품들이 줄고 회복과 재생 가능성을 사유하는 작품이 많아졌다. 더불어 극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은유적 상상력과 연극적 형식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논의를 거쳐 155편의 응모작 중 4편으로 압축했다.

심사위원 고연옥(왼쪽) 작가, 장성희 연극평론가.
심사위원 고연옥(왼쪽) 작가, 장성희 연극평론가.
‘완벽한 하루’는 결혼을 앞둔 동거부부가 맞이하는 하루의 일상을 통해 꿈과 이상은 물론 기본적인 삶조차도 위협받는 젊은 세대의 비애를 로맨틱 코미디의 연극적 틀을 유지하며 설득력 있게 그려 냈다. 그러나 일종의 연극적 환상이 깃든 일상이라 할지라도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내 사랑 안나’는 실패한 가족 관계 속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한 소녀가 자기 삶의 복원을 시도하는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응시하는 진정성이 돋보인 반면 객관적 거리를 통해 보편적 이야기로 확장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아침의 맛’은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와 좀비부자(父子)의 만남이라는 희극적 설정으로 시대의 우울을 포착하고 관계를 전복시키는 연극성이 뛰어났다. 그러나 희곡의 모티브들이 은유와 상징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좀비’라는 존재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찾기 힘들었다. ‘노인과 바닥’은 한 독거노인의 마지막 하루를 통해 끝없이 추락하는 삶의 조건과 인간성 상실 풍경을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이 세계의 또 다른 이면을 보게 하는 문학성이 돋보였다. 다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구도 및 주제 의식이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것을 또 다른 문학적 성취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

마지막까지 ‘아침의 맛’과 ‘노인과 바닥’, 두 작품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연극성인가, 문학성인가의 문제는 희곡의 운명과도 같은 오래된 질문일 것이다. 결국 재기 발랄한 연극성은 더 일찍 무대에서 환영받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이 시대의 절망을 좀 더 큰 틀에서 사유하며 형상화한 ‘노인과 바닥’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문학성 짙은 희곡이 감당해야 할 여러 난관을 견디며, 묵묵히 자신만의 연극성을 벼릴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2016-01-01 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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