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하는 방

입력 2020-05-19 17:30
수정 2020-05-20 04: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시는 위로다] <8>정우신 시인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며 공원을 빙빙 돌고

달고나 커피를 만들며
지구가 도는 것을 느껴본다

패션 프루트 같은 바이러스

자신의 사라진 얼굴을 찾는데
이름 없는 생물과 호흡이 섞여
기침이 나오는데

나는 방금 당신을 지나친 것일까

찻잔이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다

챌린지라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 있는 중력

청을 담그고
치즈 케이크를 만들고

어느 날 나는 당신이 좋아지고
사랑에 갇힌 내가 괴롭고

낮달처럼
빈 눈동자만 남은 우리

아이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길고양이에게 내민다

고양이는 동네 골목을 돌고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웃어본다

*김수영 「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전집』, 민음사, 2018.
이미지 확대
정우신 시인
정우신 시인
■정우신 시인은

1984년 인천 출생. 2016 ‘현대문학’으로 등단.

2018년 시집 ‘비금속 소년’ 출간.
2020-05-20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