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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지금, 이 문장… 우리 상처를 치유해 드립니다

딱 지금, 이 문장… 우리 상처를 치유해 드립니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2-11-24 20:24
업데이트 2022-11-2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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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김금희 지음/창비/312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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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이야기가 그리울 때다. 김금희 작가의 첫 연작집 ‘크리스마스 타일’은 지금 읽기 딱 좋다. 방송작가 은하가 암 수술 뒤 일에 복귀하는 과정을 그린 ‘은하의 밤’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7편의 단편을 따뜻하게 그렸다.

김금희는 옛 연인 현우를 인터뷰 하고자 동료들과 부산을 찾은 연출자 지민의 이야기 ‘크리스마스에는’을 지난해 쓴 뒤 연작을 구상했다. 지민과 동행했던 방송작가 소봄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 ‘첫눈으로’로 이어졌다. 이후 직장 동료, 가족, 연인이었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단편을 썼다.

현우와 지민의 이별을 부른 옥주의 중국 유학 시절 이야기를 담은 ‘월계동 옥주’, 소봄의 남동생 한가을의 짝사랑 실패기를 그린 ‘데이, 이브닝, 나이트’, 현우 친구와의 소개팅을 앞두고 어린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는 진희의 사연을 담은 ‘하바나 눈사람 클럽’, 20년 가까운 인생을 함께한 반려견을 잃고 슬픔을 극복하는 세미의 이야기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까지 색색의 이야기가 모자이크를 이뤘다.

주인공들은 상처 입은 과거를 각자의 방법으로 극복하거나 때론 다른 사람들을 통해 치유받는다. 예컨대 한가을은 짝사랑에 실패했지만 주변에는 그를 이해하는 미진이 있다. 찬성과 모질게 헤어졌던 진희가 소개팅에서 다시 찬성을 만나게 됨을 암시한 부분 등도 마찬가지다.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눈송이처럼 포근하다.

정감 가는 인물들, 자극적이지 않은 서사와 함께 깊이 있는 문장들이 눈에 띈다. 눈송이를 가리켜 ‘동선들이 서로 엉켜 도시를 한순간 전혀 다른 흐름으로 만들어 놓는 것‘(56쪽)이라고 묘사한 부분이라든가, 눈 내리는 모습을 두고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는 것들이 속수무책으로 쏟아져 내리는 풍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142쪽)라고 한 문장들은 마주할 때마다 감탄스럽다. 연필로 밑줄 그은 문장이 너무 많아 소개하기 벅찰 지경이다. 

김기중 기자
2022-1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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