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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저렇게 로프를 친친 감아야 멋진 모습 담을 수 있지

그렇지! 저렇게 로프를 친친 감아야 멋진 모습 담을 수 있지

임병선 기자
입력 2022-11-17 18:37
업데이트 2022-11-1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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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솔로’로 아카데미 수상한 지미 친 사진집 ‘거기, 그곳에’

2009년 인도네시아의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 산을 종일 탄 알렉스 호놀드가 공중 캠프를 향해 하강하고 있다.
2009년 인도네시아의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 산을 종일 탄 알렉스 호놀드가 공중 캠프를 향해 하강하고 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프리 솔로’ 감독 지미 친의 사진집 ‘거기, 그곳에 세상 끝에 다녀오다’(There and back, 진선books, 320쪽, 2만 7000원)를 들추면 수많은 사진 중에 자신의 모습을 담은 단 두 장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들어가며’ 옆에 있는 사진이 그 하나인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캐피탄에서 ‘프리 솔로’를 촬영하며 로프를 온 몸에 친친 감고 있는 모습이다. 바위에 늘어 뜨린 로프의 양도 상당하다.

그렇구나, 저렇게 많은 로프 없이는 멋진 사진이나 화면은 얻어질 수 없는 것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 ‘지은이에 대하여’에 엘 캐피탄의 퍼시픽오션월을 오르는 그의 얼굴을 비로소 볼 수 있다. 경쾌한 발놀림이 허공을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자는 이 사진집 속의 어떤 사진들보다 두 사진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을 양보한 참 주인공이랄까?
1999 차라쿠사를 시작으로 금지된 타워 원정, K7 2001, 파타고니아, 창탕 2002, 티턴 산맥, 에베레스트 스노보드 2003, 딘 포터, 에베레스트 영화 촬영, 말리 2004, 스테프 데이비스, 에베레스트 스키 2006, 남위 180도 2008, 메루 2008, 보르네오의 거벽, 샹그릴라 원정, 요세미티 2010, 차드 2010, 디날리 산 스키, 메루 2011, 오만, 부가부 산군, 트래비스 라이스, 프리 솔로 2016, 제1세계무역센터, 스콧 슈미트, 남극대륙 2017까지 18년의 여정과 함께 했던 등반가들을 씨줄날줄로 망라했다. 멋지고 겸손하며 지구를 사랑하는 기업인의 표본을 제시한 이본 쉬나드와의 우정 어린 등반을 담은 남위 180도 2008도 그야말로 멋짐! 대폭발이었다.

중국계 이민자의 아들로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친은 20년 이상 노스페이스 소속 등반자이자 스키 선수였다. 2006년 그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미국인으로 처음 스키 강하를 성공했고, 5년 뒤 인도 메루 봉의 화강암 벽인 샥스핀 초등에 성공했다. 그의 작품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욕 타임스 매거진, 베니티 페어, 아웃사이드 매거진 등에 실렸고, 201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퍼 상으로 연결됐다.

아내 차이 바서렐리와 함께 만든 영화 ‘메루’는 2015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2016년 아카데미 최고의 다큐멘터리상 후보로도 올랐다. 또 둘이 힘을 합쳐 만든 다큐멘터리 ‘프리 솔로’는 2019년 아카데미상 최고의 다큐멘터리상과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상, 프라임타임 에미상 일곱 부문을 휩쓸었다.
엘 캐피탄 오르는 알렉스 호놀드.
엘 캐피탄 오르는 알렉스 호놀드.
지미 친이 스키 턴 동작을 따라 배운 스콧 슈미트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일랜드레이크로지의 급경사를 내려가고 있다.
지미 친이 스키 턴 동작을 따라 배운 스콧 슈미트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일랜드레이크로지의 급경사를 내려가고 있다.
요세미티에서는 감시의 눈길이 많아 해거름을 틈타 베이스 점프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요세미티에서는 감시의 눈길이 많아 해거름을 틈타 베이스 점프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거친 곳에 도전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모험가로서의 삶을 꿈꾸다 영원한 친구이자 멘토이며 동료인 키트 델로리에, 알렉스 호놀드를 비롯한 모험가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얘기를 사진과 함께 기록하겠다는 삶의 목표를 찾아냈다.

전설적인 등반가이며 에베레스트에서 조지 맬러리의 시신을 발견한 콘래드 앵커와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여름 콘래드를 처음 만났는데 그의 K7 등반 계획을 듣던 콘래드가 끼워달라고 해 무척 놀랐다는 후일담도 들려준다. 닷새나 포탈렛지 안에 숨어 있다가 폭풍이 물러나자 눈과 얼음이 덮인 바위를 이틀 더 오르다 식량 때문에 결국 등반을 포기한 사연도 곁들인다.

디즈니 플러스로 접했던 ‘프리 솔로’는 지상 최대의 단일 화강암인 900m 높이의 엘 캐피탄을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오르는 호놀드의 모험을 담아 보는 내내 오금이 저렸는데 친의 사진들로 다시 그 위용과 기백을 접한다.

수려하고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짜릿한 사진들이 가득한데 친의 문장도 침봉들 만큼이나 날카롭고 명징하다.

도서 유통 사이트에 영어판을 검색해 봤더니 적어도 6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아! 바위와 거벽에 달라붙은 이들이 내뱉는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산에 가고 싶다!
2010년 제임스 피어슨이 아프리카 차드의 바시켈레 아치를 최초로 등반하고 있다.
2010년 제임스 피어슨이 아프리카 차드의 바시켈레 아치를 최초로 등반하고 있다.
 키나발루 산의 오버행 암벽 위 300m 지점에 포탈렛지 캠프를 설치했다.  
 키나발루 산의 오버행 암벽 위 300m 지점에 포탈렛지 캠프를 설치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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