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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선에서 본 여덟 가지 심장 이야기

다른 시선에서 본 여덟 가지 심장 이야기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6-12-23 17:20
업데이트 2016-12-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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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장기 심장/B-MADE 센터 지음/바다출판사/344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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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대학 건너편에 성 십자가 성당이 있다. 대단할 게 없어 뵈는 성당이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성지와 다름없는 곳이다. ‘피아노의 시인’ 프레더릭 쇼팽의 심장이 안치돼 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1849년, 쇼팽은 39세 젊은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요절한다. 지병으로 고생하던 그는 죽음이 임박하자 누이동생을 불러 자신의 심장을 ‘아버지의 땅’으로 가져다주길 부탁한다. 그의 주검은 파리 공동묘지에 안치됐고, 심장은 술병에 담겨 비밀리에 폴란드로 옮겨진다. 그에게 심장은 영혼이었던 거다. 그러니 몸은 파리에 묻히더라도 영혼만은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을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심장은 혈액 펌프다. 평생 30억 번 뛰면서 2억ℓ에 달하는 혈액을 뿜어낸다. 경이로운 수치이긴 하나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딱딱하고 영 재미없는 결론이다. 하지만 심장을 혈액 펌프로만 보는 이는 없다. 원시시대에는 간에 밀렸고 오늘날엔 뇌에 밀리는 경향이 있긴 하나 고금을 통틀어 심장은 생명, 영혼, 마음 등과 동일시되는 단어였다. 예컨대 이집트 ‘사자의 서’는 심장을 생전의 기억과 마음을 담고 있는 도구로 봤고 히브리 사람들도 생전의 죄가 심장의 가죽판에 철필로 기록된다고 여겼다.

새 책 ‘마음의 장기 심장’이 주목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역사를 통해 변화된 심장의 의미’와 ‘심장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관점’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은 여덟 명의 저자가 여덟 가지 심장 이야기를 전하는 얼개로 구성됐다. 영혼이 담긴 고대의 심장, 자연철학자들이 의심과 숭배를 거듭했던 심장, 다빈치가 해부하고 드로잉한 심장, 혈액펌프라는 기계론적 정의를 내린 데카르트의 심장, 교환하고 대체하는 현대 이식술의 심장 등이 다뤄진다.

저자들은 크게 나눠 의학계와 미술계, 두 이질적인 전공 분야의 교수들이다. B-MADE(BIO-MEDICAL ARTS & DESIGN EDUCATION, 의생명 예술 디자인 교육) 센터에서 함께 연구하고 강의하는 학술공동체의 동료들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를 기본으로, 타 학문에서 들여다보는 관점에서 심장을 재조명했다. 저자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사유와 추론에서 관찰과 실험으로 바뀌면서 심장은 과학화됐으나 그만큼 사회로부터는 멀어지는 결과를 낳은 면도 있다”며 “구획을 나누는 것은 효율적이긴 하나 경계 속에 갇혀버리기 때문에 이제 실천적인 융합을 통해 심장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6-12-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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