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치매 앓는 어머니와 행복하게 사는법

치매 앓는 어머니와 행복하게 사는법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6-12-02 17:58
업데이트 2016-12-03 00:4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페코로스, 어머니가 주신 선물/오카노 유이치/양윤옥 옮김/라이팅하우스/216쪽/1만 2500원

이미지 확대
‘한나절 행방이 묘연했던 어머니가 녹초가 되어 현관에 앉아 있었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와 비슷하다. 어딘가 먼곳에서 허덕허덕 돌아온 것처럼 어머니는 잠들었다. 언제든 그렇게…돌아오실 줄 알았다. 끝내 돌아오시지 않는 때가 딱 한 번 찾아온다. 어머니는 8월 24일 오후 2시 20분, 91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노쇠.’

40대 대머리 아들이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와의 일상을 가슴 뭉클하게 그린 페코로스 시리즈의 완결판이 출간됐다. ‘페코로스,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다. 노모가 세상을 뜬 뒤 주간 아사히에 연재했던 최신작 62편과 미수록작 88편을 묶었다. 앞서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와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에서 그랬던 것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인 치매를, 저자는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낙천적으로 만화 컷 속에 담아낸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저자가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는 시간을 ‘선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페코로스는 ‘작은 양파’라는 뜻으로 대머리를 빗댄 저자의 별명.

전쟁과 재해, 가난과 가정폭력 등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면서도 “살아야지, 어떡허든 살아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노모는 치매에 걸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어떤 때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아주던 시절을 오가며 아름답고 소소한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오래전 곁을 떠난 남편을 만나기도 한다. 스무살 때 고향을 떠났다가 마흔 넘어 이혼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저자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며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아버지와 화해하게 된다.

처음엔 지역 정보지에 볼품없이 연재됐고, 자비를 들여 단행본을 출간할 정도였던 이 만화가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은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노노(老老) 간병 시대를 앞둔 우리 현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저자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병 피로에 빠지면 부모와 본인이 함께 무너진다”며 여러 제도와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와 거리를 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권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6-12-03 19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