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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층 희생양 된 마녀 중세를 휩쓴 광기의 역사

기득권층 희생양 된 마녀 중세를 휩쓴 광기의 역사

입력 2015-01-09 23:54
업데이트 2015-01-10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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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양태자 지음/이랑/272쪽/1만 5000원

중세 유럽의 한 교회 풍경. 십자가 앞에서 젊은 여성이 두 팔을 들고 서 있다. 십자가와 비슷한 자세다. 교회 안에서는 미사가 열리고 있다. ‘마녀 혐의’를 받고 있던 그 여성은 예배가 끝날 때까지 팔을 들고 있어야 한다. 만약 내렸다간 당장 마녀로 몰리게 된다. 이른바 ‘마녀 판별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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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다. 끓는 물에 손을 넣어 빠진 물건을 건져내지 못하거나, 두 개의 주사위 가운데 나쁜 주사위를 골라도 마녀로 낙인 찍혔다. 해괴한 논리도 횡행했다. 이른바 ‘마귀와의 성교 가능’ 논리가 등장한 이후부터다. 숱한 여성들이 잡혀와 고문을 당했고 마귀와 잠자리를 했다고 ‘자백’했다. 실제 그 여성이 마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민중은 피폐했고, 종교지도자와 기득권층에겐 그들의 분노를 잠재울 ‘희생양’이 필요했을 뿐이다. 마녀 하나 죽는다고 사달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마녀로 확인되면 온갖 소송 비용을 마녀의 집안에서 부담해야 했다. 마녀재판 한 번에 거덜나는 집들이 비일비재했다.

새 책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은 이처럼 중세 유럽을 휩쓴 광기의 역사를 돌아보고 있다. 마녀사냥이 일어난 시대적 배경과 기록으로 남은 마녀재판 과정, 축제처럼 이뤄졌던 사형집행일 풍경 등 다양한 기록들이 50여 점의 그림 자료와 함께 실려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마녀로 몰려 죽음을 당했다. 독일어권에서만 6만여 명이 희생됐을 것이란 추산이 있을 정도다.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남성을 마녀로 몰아 제거했던 권력자도 많았다.

저자는 유독 중세 유럽에서 마녀사냥이 횡행한 이유에 대해 “‘신이 아닌 것과 그리스도교 교리에 따르지 않는 것은 모두 마귀’라는 교회의 극단적인 이분법과 중세의 시대적 환경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5-01-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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