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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詩여야 했나… 시인들이 답하다

왜 이 詩여야 했나… 시인들이 답하다

입력 2014-11-03 00:00
업데이트 2014-11-03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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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회의 창립 40주년 ‘세 겹으로 만나다:왜 쓰는가’ 출간

문단을 대표하는 원로·중견·신진 시인들이 그들의 자작시 가운데 대표작을 직접 뽑았다. 한국작가회의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출간한 저서 ‘세 겹으로 만나다:왜 쓰는가’(삼인 펴냄)에서다. 수많은 시 중 딱 한 편을 대표작으로 고른다는 건 고역이다. 작가회의 관계자도 “시인들이 무척 어려워하고 민망해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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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손수 고른 만큼 그 시에 얽힌 사연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강은교(69) 시인은 ‘아벨 서점’을 꼽았다. 아벨서점은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있는 헌책방이다. 시인은 “헌책방은 내 문학의 자궁 같은 곳이자 고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헌책방에서 문학을 시작했다.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많은 책을 읽었다. 서울 혜화동의 헌책방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곳 주인이 릴케의 시집을 선물해 릴케를 처음 알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릴케에 엘리엇까지 결합하면서 문학을 살찌웠다. 아벨 서점 다락방에서 강의를 하며 만난 사람들도 ‘아벨 서점’에 애착이 가게 했다. 그 사람들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물 정도로 열정적이고 순수했기 때문이다.

천양희(72) 시인은 ‘직소포에 들다’를 제일로 쳤다. 그는 1979년 여름, 부안 내변산의 직소폭포를 찾았다. 삶이 힘들어 방황하다 세상을 등지려 찾아갔다. 폭포 소리가 우렁찼다. 그 소리가 ‘너는 죽을 만큼 잘 살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순간 깨달음을 얻고 다시 돌아와 삶을 시작했다. 이후 13년 만에 시를 완성했다. 긴 고통과 정신의 수련 끝에 얻어진 시다. 시인은 “시가 안 쓰일 때면 가슴에 넣어 놨던 그 소리를 꺼내 다시 듣곤 한다”며 “나를 살린 폭포”라고 회고했다.

정호승(64) 시인은 ‘자작나무에게’를 우선순위에 올렸다. 여행지에서 받은 감명을 잊지 못해서다. 키르기스스탄의 거대한 호수 ‘이스쿨’을 찾았다가 자작나무 숲을 봤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생가로 가는 길에서도 자작나무 숲을 접했다. 두 곳에서 자작나무가 갖고 있는 영성·신성을 느꼈다. 시인은 “자작나무에게서 느낀 영성이 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 계기가 됐고 이 나이에 무언가를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시 세계의 변화를 알리는 작품을 대표작으로 뽑기도 했다. ‘농무’를 꼽은 신경림(78) 시인은 “다른 모든 시에도 애착이 가지만 ‘농무’는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한 이후 내 시가 예전 시와 달라진 전환점의 시”라고 말했다. ‘풀의 신경계’를 으뜸으로 든 나희덕(48) 시인도 “‘뿌리에게’로 대변되는 유기체적인 수목(樹木)적 상상력에서 풀의 자유분방하고 불규칙적이고 유동적인 운동성 쪽으로, 내 감각이나 상상력이 변화하는 새로운 지향점을 잘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시인 60명이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낭독하기 좋은 시’에 대한 물음에 직접 3편씩 고른 180편의 시가 담겨 있다.

고은, 신경림 등 원로부터 이성복·정호승·황인숙·안도현 같은 중견 시인, 이설야·유병록·박준 등 신진 시인까지 다양한 성향의 시인들이 참여했다. 소설가 8명과 평론가 4명은 ‘왜 쓰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나름의 답도 내놨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4-1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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