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법칙/김륭 지음/노인경 그림/문학동네/116쪽/9500원
‘나는 지렁이가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꽥꽥거리는 오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흙을 뚫고 나오지 못한 씨앗의 아픔을 전하기 위해 나는 지렁이가 구둣발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야 퇴근하고 돌아오는 옆집 아저씨처럼 뚜벅뚜벅’(지렁이는 우산을 쓰고)
굼실굼실 곁을 지나가는 지렁이에게서 시인은 ‘씨앗의 아픔’을 전하려는 말을 듣는다. 꾸불꾸불한 지렁이의 움직임은 ‘아무도 읽어 주지 않은, 온몸으로 쓴 편지’로 읽어 낸다.
김륭 시인의 새 동시집 ‘엄마의 법칙’에서는 미물의 내면과 공감하는 능력, 관습적인 상상력에서 벗어날 줄 아는 재기, 동심에서만 나올 수 있는 천진한 유머가 빛을 발한다.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을 받은 그의 시집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동화적 서사가 있는 작품, 일상을 동심의 익살로 풀어낸 작품, 대상을 개성적인 관점으로 표현한 작품 등 시적 묘사의 범주가 넓다”(권오삼 시인), “앞으로 우리 동시가 나아가야 할 어떤 지점을 예고하는 것 같다”(안도현 시인)고 평했다.
이처럼 시인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종횡무진하며 구태의연한 일상과 사물, 자연, 동물 등의 존재 의미를 재발견한다. 콩이 콩나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저 혼자서 가슴을 콩닥콩닥,/질문을 해야 한다./팥이나 좁쌀은 생각도 못 하는 질문을/세상 바깥으로 던진 다음/스스로 어둠 속을 솟구쳐 올라야 한다’(콩-변신)고 생각하는가 하면, 매번 잃어버리는 우산은 ‘스스로 떠난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몸만 젖지 말고 마음도 젖어 보라고/그래야 쑥쑥 키가 큰다고’(우산) 말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공동체의 의미가 바래는 현실에 대한 묵직한 통증은 말간 아이의 시선으로 담백하게 걸러 낸다. ‘일 나간 아빠가 돌아오기 전에 슬픔을 다 먹어 치워야 하지만 목이 메요. (중략) 슬픔을 숨길 통조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들어갈 만한 아주 커다란 통조림이어야겠지요. 가끔씩 나는 고등어통조림을 고래통조림으로 읽어요.’(고등어통조림) 초등 저학년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나는 지렁이가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꽥꽥거리는 오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흙을 뚫고 나오지 못한 씨앗의 아픔을 전하기 위해 나는 지렁이가 구둣발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야 퇴근하고 돌아오는 옆집 아저씨처럼 뚜벅뚜벅’(지렁이는 우산을 쓰고)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을 받은 그의 시집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동화적 서사가 있는 작품, 일상을 동심의 익살로 풀어낸 작품, 대상을 개성적인 관점으로 표현한 작품 등 시적 묘사의 범주가 넓다”(권오삼 시인), “앞으로 우리 동시가 나아가야 할 어떤 지점을 예고하는 것 같다”(안도현 시인)고 평했다.
이처럼 시인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종횡무진하며 구태의연한 일상과 사물, 자연, 동물 등의 존재 의미를 재발견한다. 콩이 콩나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저 혼자서 가슴을 콩닥콩닥,/질문을 해야 한다./팥이나 좁쌀은 생각도 못 하는 질문을/세상 바깥으로 던진 다음/스스로 어둠 속을 솟구쳐 올라야 한다’(콩-변신)고 생각하는가 하면, 매번 잃어버리는 우산은 ‘스스로 떠난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몸만 젖지 말고 마음도 젖어 보라고/그래야 쑥쑥 키가 큰다고’(우산) 말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공동체의 의미가 바래는 현실에 대한 묵직한 통증은 말간 아이의 시선으로 담백하게 걸러 낸다. ‘일 나간 아빠가 돌아오기 전에 슬픔을 다 먹어 치워야 하지만 목이 메요. (중략) 슬픔을 숨길 통조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들어갈 만한 아주 커다란 통조림이어야겠지요. 가끔씩 나는 고등어통조림을 고래통조림으로 읽어요.’(고등어통조림) 초등 저학년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7-26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