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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차 한잔] ‘역사로 여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 펴낸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저자와 차 한잔] ‘역사로 여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 펴낸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입력 2014-05-24 00:00
업데이트 2014-05-2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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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릉 도굴 안 된 건 과학적 조성 덕이지요”

“500년 이상 이어진 왕조의 왕릉 가운데 훼손 없이 원래의 모습이 보존돼 있는 건 세계적으로 조선 왕릉이 유일합니다. 두 곳만 빼곤 도굴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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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은 “우리 선조들은 과학이라는 단어를 쓰기 전부터 과학을 생활화하고 있었다”면서 “우리 문화유산에는 우리만의 지혜와 깨달음이 담긴 과학적인 것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은 “우리 선조들은 과학이라는 단어를 쓰기 전부터 과학을 생활화하고 있었다”면서 “우리 문화유산에는 우리만의 지혜와 깨달음이 담긴 과학적인 것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이종호(66)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이 ‘역사로 여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 (북카라반)조선왕릉 편과 전통 마을 ①편을 동시에 출간했다.

그는 조선 왕릉이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먹을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시신과 함께 묻힌 부장품이 모조품이었기에, 다시 말해 가짜였기에 도굴해봤자 돈이 안 됐던 거죠. 임진왜란 때 선릉이 파헤쳐 졌으나 진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엔 도굴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는 모조 부장품의 종류와 내용은 ‘산릉도감의궤’란 책에 상세히 남아 있다고 전한다.

“42기의 조선 왕릉 가운데 선릉과 정릉을 제외하곤 그 어떤 왕릉도 도굴되지 않았던 다른 이유는 과학적인 건축 기술도 한몫을 했습니다. 왕릉 석실의 벽과 천장은 두께가 76㎝나 되는 화강암을 통째로 사용했습니다. 또 석실 주변에는 일종의 시멘트라고 할 수 있는 삼물을 120㎝ 두께로 둘러쌌습니다. 또 다른 도굴 방지책들도 여럿 도입했습니다.”

저자는 “죽은 이에게 명당은 햇빛이 잘 들고, 전망이 좋으며,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이면서 토양이 중성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땅은 대개 산성입니다. 그런데 명당의 토양을 조사해 보니 중성이더라고요. 중성의 땅은 뼈를 보존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수천년간 썩지 않고 남아 있는 단군 묘터의 토양도 중성입니다.”

그는 조선 왕릉이라는 유산이 훼손 없이 남아 있는 이유의 근본은 과학에 입각해 무덤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져 갈 게 없이 만들어서 도굴 의욕이 생기지 않게 하고 혹 그래도 있을지 모르는 도굴에 대비해 철저한 방지책을 마련한 것이 가장 과학적인 대비책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전통 마을 ①편은 현재 남한에 남아 있는 20여곳의 전통 마을 가운데 10곳을 답사한 기록으로, 저자는 그곳에서 마을의 문화가 형성된 배경뿐만 아니라 마을을 조성한 사람들의 과학적 속성까지 분석했다.

“충남 아산군 송악면에 있는 외암마을은 풍수지리에 딱 들어맞는 천혜의 입지가 아니라 실상은 불리한 입지에 조성된 마을입니다. 위치상 겨울에 북서풍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우백호 역할을 하는 소나무 숲을 인공적으로 조성해 방풍림 역할을 하게 했죠. 또 가옥은 왼쪽으로 향하게 했죠. 모두 강한 북서풍을 막기 위한 조치죠.”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크기를 감안할 때 풍수지리를 충족하는 입지가 많지 않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선조들의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과학적인 대응을 하게 만들었다”고 밝힌다.

그는 “우리나라 기후나 자연환경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초가집”이라면서 “초가집을 황토로 지으면 금상첨화”라고 말한다. “짚으로 만든 지붕은 가벼운데다 비와 눈을 잘 막고, 좋은 단열재이기도 합니다. 두꺼운 황토는 흙이 습도를 저절로 조절해주기 때문에 가습기가 필요 없습니다. 또 유익한 미생물도 많습니다.”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10여개의 특허를 20여개국에 출원했고, 9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앞으로 전통 마을 ②편을 포함해 공룡 편, 유네스코 세계유산 편, 국보 건축물 편 등으로 나눠 과학문화유산 답사기를 6~7권 더 낼 계획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2014-05-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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