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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밥상 속의 독’에 빠지게 하나

누가 우리를 ‘밥상 속의 독’에 빠지게 하나

입력 2014-05-10 00:00
업데이트 201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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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식탁/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권지현 옮김/판미동/640쪽/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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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에 대한 내성이 강한 유전자변형식품(GMO), 위험 물질이 합성된 감미료 등이 알게 모르게 우리 식탁을 점령한다. ‘죽음의 식탁’은 우리 입에 독을 집어넣는 이윤에 눈먼 기업과 과학자의 속임수, 정부와 보건 당국의 방임을 고발한다. 마리 모니크 로뱅의 다큐멘터리 ‘우리 일상의 독’ 캡처
제초제에 대한 내성이 강한 유전자변형식품(GMO), 위험 물질이 합성된 감미료 등이 알게 모르게 우리 식탁을 점령한다. ‘죽음의 식탁’은 우리 입에 독을 집어넣는 이윤에 눈먼 기업과 과학자의 속임수, 정부와 보건 당국의 방임을 고발한다.
마리 모니크 로뱅의 다큐멘터리 ‘우리 일상의 독’ 캡처
2008년 초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리 모니크 로뱅이 다국적 기업 몬산토의 실체를 파헤친 책과 다큐멘터리가 유럽 전역을 강타했다. 폴리염화비페닐(PCB), 다이옥신,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주수입원으로 삼던 화학기업이 식량위기의 해결사로 둔갑하고, 유전자변형식품(GMO) 특허권의 90%를 휘두르며 제3세계 농민들을 어떻게 사지로 몰아넣는지 낱낱이 드러냈다. 글과 영상은 GMO 이슈화와 몬산토 반대운동을 전 유럽으로 퍼뜨렸다.

2년 후 로뱅은 논의를 확장시켰다. 우리 환경과 식탁을 점령한 합성 화학물질이 어떻게 관리되고 규제되는지 쫓아 ‘우리 일상 속의 독’(Notre Poison Quotidien)에 담아냈다. ‘죽음의 식탁’은 그 책의 번역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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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독성 물질은 농약부터 합성 감미료까지 수두룩하다.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고, 위험을 따져야 할 과학자들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사실을 감춘다. 규제를 해야 할 보건 당국은 대기업의 지원군이 되면서 우리 입에 독성 물질을 넣고 있다.

단맛을 내는 아스파르탐이 무설탕 음료, 껌, 요구르트 등으로 전 세계 2억명의 입에 들어가게 된 과정은 그 현상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1965년 미국 제약회사 GD설의 화학자는 위궤양 약을 개발하다가 아스파르탐을 발견했다. 아스파르탐산과 페닐알라닌, 메탄올로 구성된 이 물질은 열량이 없고 사카린 같은 쓴맛도 남기지 않는 완벽한 감미료였다. 문제는 메탄올은 에탄올과 중화하지 않으면 간에서 포름알데히드로 변하고, 아스파르탐산과 페닐알라닌은 물에 닿거나 30도 이상이 되면 독성 물질인 DKP로 분해된다는 점이었다.

이런 위험 요소에도 기업의 전략과 은밀한 과학,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따냈다. 기업은 DKP가 건조식품에서는 안정적이라는 것을 내세웠고, 과학은 일부러 허술한 연구로 위험성을 가릴 연구 결과를 거두었다. ‘공화당의 JFK’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도널드 럼즈펠드가 GD설의 CEO로 취임해 정부를 압박했고, 때마침 ‘규제 완화의 사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결국 1981년 아스파르탐이 허용되고, 일일 섭취 허용량은 50㎎/㎏로 결정됐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모인 이탈리아 라마치니 연구소가 아스파르탐이 백혈병, 신장암, 두개골 신경 종양 등을 일으킨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FDA와 유럽 식품안전청은 무시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와 인터뷰를 활용해 비스페놀A, 다이옥신, 벤젠 등 일상에 넘쳐나는 독성 물질을 섭취하게 되는 경로를 들추면서 화학물질 유해성의 기준이 되는 일일 섭취 허용량, 잔류농약 최대 허용량은 ‘독살자의 신성동맹’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위험에 대항하는 시민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이니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하지만 안심하자. ‘합리적인’ 사람들인 ‘과학자들’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하고 있을까.”

저자는 “탄탄한 논리로 무장해서 능력껏 행동하고 더 나아가 우리 건강을 지배하는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 FDA 승인’을 안전의 척도로 여기는 한국이 이 책의 경고를 그냥 넘길 수 있을까.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5-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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