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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계인이 본 ‘성리학의 勢’

日경계인이 본 ‘성리학의 勢’

입력 2012-05-19 00:00
업데이트 2012-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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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계인의 고독과 중얼거림】 김시덕 옮김 태학사 펴냄

잔잔하게 웃긴다. 사무라이 계급에 밀려 한국과 같은 권세를 누리지 못했다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성리학을 공부했다. 해서 말투도 온화하고 내용도 진지하다. 그럼에도 웃긴다고 하는 건 자연스레 한국과 비교돼서다. ‘한 경계인의 고독과 중얼거림’(김시덕 옮김, 태학사 펴냄)은 아메노모리 호슈(1668~1755)가 남긴 수필 ‘다와레구사’(たわれくさ·미친 소리)를 번역한 것이다.

저자는 의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의학과 성리학을 익혔으나 중앙 무대에서 출세하지 못하고 일본의 변경 쓰시마섬에서 외교관으로 조일 교섭을 담당했다. 원제나 번역서 제목에서 배어나오는 쓸쓸함은 이 때문이다. 저자는 외교관치고도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했다. 1711년 조선통신사 정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조태억(1675~1728)이 그와 헤어지면서 “여러 나라 말에 능통하고 / 백가의 책을 암송하니.”라고 찬탄하는 글을 남길 정도였다.

수필인 만큼 자녀교육, 음악, 바둑처럼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주된 화제인데 그래도 역시 눈에 띄는 것은 세(勢)를 중시하는 태도다. 유가의 예(禮)를 비판하면서 법가가 내놓은 게 세였는데, 저자는 성리학자면서도 세를 강조하는 특이한 태도를 보였다. 가령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773~819)이 봉건제를 두고 “성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세(勢)다.”고 언급한 대목에 대해, 저자는 성인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는 것은 지나치지만 세에서 나왔다는 말에는 공감을 표시한다. 툭하면 칼부림질하는 사무라이 나라라서 그렇다,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어쨌든 ‘백가(百家)의 책을 암송’하는 성리학자다. 다만 성리학엔 중국의 세가 반영된 것이니, 그 좋은 뜻은 취하되 일본의 세에 맞춰 적당히 고쳐쓰자는 쪽이다.

김시덕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일본 유학은 아예 현실정치 얘기만 하거나 고문에만 푹 파묻히는 두 가지 흐름이 대부분인데, 저자는 이기론 같은 유학의 관념철학적 요소를 모두 인정하는 가운데 균형점을 찾아나간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말했다. 9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5-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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