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 ‘명대(明代)의 운하길을 걷다’ 펴낸 서인범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명대(明代)의 운하길을 걷다’ 펴낸 서인범 교수

입력 2012-02-11 00:00
수정 201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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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르코폴로’ 최부 항로 2500㎞ 답사

●‘표해록’ 저자… 해로·기후·민속 등 담아

조선시대의 최부(崔溥)를 아시나요. ‘표해록’의 저자이다. 최부는 1487년 9월 추쇄경차관(推刷敬差官·나라에서 시키는 노동이나 병역을 거부하고 도망간 사람을 찾아내 잡아오는 관리)으로 임명돼 제주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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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르코 폴로’ 최부가 15세기 명나라에 표류한 뒤 조선으로 올 때까지의 루트를 직접 답사한 서인범 동국대 교수가 31일간의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조선의 마르코 폴로’ 최부가 15세기 명나라에 표류한 뒤 조선으로 올 때까지의 루트를 직접 답사한 서인범 동국대 교수가 31일간의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하지만 다음 해 부친상을 당해 돌아오던 중 풍랑을 만나 14일동안 표류한 끝에 명나라 태주부 임해현에 도착했다. 그러는 동안 도적을 만나고 왜구로 오인받아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고초를 겪었고 관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 북경으로 호송됐다.

이후 귀국길에 올라 압록강을 거쳐 한양 청파역에 도착한 뒤 성종 임금의 명을 받아 ‘금남표해록’(3권)을 기록했다. 금남은 자신의 호이며 ‘표해록’에는 중국 연안의 해로와 기후, 산천, 도로, 관부, 풍속, 민요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하여 최부를 가리켜 ‘조선의 마르코폴로’라고 한다.

동국대 사학과 서인범(52) 교수는 2009년 연구년을 맞아 최부의 ‘표해록’을 고스란히 답사했다. 중국 유학생 곽로씨와 함께 항주에서 최부가 표착했던 태주 삼문만 쪽으로 내려가, 다시 항주로 거슬러 올라오는 당시의 루트를 그대로 따랐다.

●꼬박 한 달간 700만원으로 답사

서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최근 ‘명대(明代)의 운하길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한길사에서 책을 펴냈다. 부제 ‘항주에서 북경 2500㎞ 최부의 표해록 답사기’에서 보듯 항주에서 명대의 조운로(漕運路)를 따라 북경의 적수담(積水潭)까지 총 30박 31일의 일정으로 도보, 인력거, 고철덩어리 버스, 택시, 기차 등을 이용해 총 경비 700만원으로 답사했다. 최부와 조운로에 집중시켜 서술하고 있지만 역사성과 여러 유적지의 문화, 인물, 음식, 현대 중국인의 일상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최부가 호송당한 경로는 사람과 곡물을 운반하며 내륙을 종(縱)으로 관통하던 이른바 조운로였습니다. 최부는 폭풍우를 만나 중국 남쪽 절강성 태주부에 표착하게 됐고 조선인이라는 신분이 밝혀져 명나라 장교의 보호를 받으며 조운로를 따라 북경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뒤 요동을 거쳐 압록강을 건너게 됩니다. 이번에 낸 책은 북경까지의 루트를 직접 답사한 것이지요.” 그가 최부와 만난 것은 1999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 은사 조영록 선생이 한 권의 책을 건네주었고 대학원생들과 3년반에 걸친 역주 작업을 거쳐 ‘표해록’을 펴내면서였다.

●내년 2차 ‘최부의 길’ 떠나

“명대를 전공하는 저에게 ‘표해록’은 보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중국 어느 사료보다도 당대의 시대 상황과 조운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료가 없기 때문이죠. 어느 순간 이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욕망이 솟구쳐 올랐지요.”

520여 년 전의 최부로 변신한 그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직접 체험하기에 이르렀다. 최부의 숨결이 배어 있는 조운로나 그가 견문한 곳을 온전히 더듬어 이번에 또 다른 기록의 결실을 맺었다. 내년에는 북경에서 압록강으로 이어지는 2차 ‘최부의 길’을 떠날 예정이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2012-0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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