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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차 한 잔] ‘대각선 논법과 역’ 출간한 김상일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대각선 논법과 역’ 출간한 김상일 교수

입력 2012-01-07 00:00
업데이트 2012-01-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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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음양오행, 서양 논리로 재해석하다

우주와 자연의 근본원리를 음양오행의 이치로 정리한 주역(周易). 공자가 수레 옆에 항상 가지고 다니며 탐독하고, 가죽 끈이 세 번 닳아 끊어지도록 읽어서 위편삼절(韋編三絶)이란 고사가 생길 정도로 심취했던 책이다. 동양철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주역의 원리를 서양철학의 논리적 기호로 재해석한 ‘대각선 논법과 역’(지식산업사 펴냄)이 출간됐다. 저자는 신학에서 출발해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한국사상을 섭렵하며 동서고금의 철학을 회통해 온 김상일(72·미 클레어몬트대 과정철학연구소 한국학 디렉터) 교수. 책 출간을 위해 일시 귀국한 김 교수를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대안연구공동체 세미나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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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 논법과 역’의 저자 김상일 교수는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서양식 방식에 의해 생긴 것이라며 철학, 종교, 의식을 동양적 방식으로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대각선 논법과 역’의 저자 김상일 교수는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서양식 방식에 의해 생긴 것이라며 철학, 종교, 의식을 동양적 방식으로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대각선 논법이란 무엇인지.

-19세기 말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그 칸토어가 실수(實數)는 셀 수 있는 무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고안한 수학적 증명이다. ‘모든 집합을 포함한 집합은 집합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러셀의 역설에 이용되는 ‘자기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집합’과 비슷한 개념이다. 현대과학의 알고리즘, 현대 철학이 다루는 불확실성과 비결정성의 문제도 대각선 논법을 수용해 설명하고 있다.

→대각선 논법과 역을 연결시킨 근거는.

-대각선은 가로와 세로가 만난 것이다. 인간사에 대비해 보면 주어진 다양한 조건 속에서 주관이 만난 지점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바로 대각선이다. 항아리 깨지는 시간까지 알아맞혔다는 중국 송대의 역학자 소옹(소강절)이 만든 64괘 방도가 단순기법으로 된 것 같지만 실제는 칸토어의 대각선 정리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기법을 사용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각선에 관한 논증을 거론한 분야가 동양의 역인 것이다. 역은 대각선 논법의 본산지와 같고, 대각선 논법은 역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역도 어렵고, 대각선 논법도 난해하다. 새로운 학문적 접근을 시도한 이유는.

-서양철학이 동양철학을 폄훼하는 주된 이유는 논리적 치밀성에서 뒤진다는 점인데, 역설을 다루는 태도와 방법에서는 동양의 역이 훨씬 정교하고 안정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서양 철학자들에게 음양오행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대각선 논법이라고 생각한다.

→역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철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50여년 동안 가장 매력없다고 여겼던 책이 주역이었다.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보이는 언어표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곁에 한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책이 역에 관한 책들이다. 나의 평생 관심사가 역설(paradox)인데 역만큼 역설과 아이러니와 딜레마를 진지하게 다룬 책은 없기 때문이다. 인간만사를 역설로 보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든 역의 기법은 인류문명사의 금자탑이라고 평가한다.

→역의 흐름을 알면 개인은 물론 국가의 운명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역의 64괘는 우주와 인간과 사회 안에 있는 모든 사건들을 반영하고 있다. 역을 공부하면 어느 사건이 어느 위치에 있고 앞으로 그 위치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의 다양한 경향성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역을 해석하고 그것을 자기에게 맞게 받아들이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역리학으로 남의 운명을 알아맞힌다는 것은 역술인들의 생계수단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역을 공부하면 할수록 불확실성과 비결정성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주관의 정립이 필요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신학에서 출발해 동양의 역까지 학문적 지평을 넓힌 배경은.

-10대 중반부터 천착해 온 생각이 있다.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면 그 신은 과연 누가 창조했을까.”이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신학공부(연세대)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은 논리적 모순이 너무 많았다. 논리적 해답을 얻기 위해 동양철학(성균관대)을 다시 공부했고 미국 클리어몬트대학에서 서양철학의 논리로 한국불교를 분석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생 관심사인 역설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학문적 노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이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쟁탈전부터 정체성 혼란, 환경파괴와 오염, 전쟁과 살육 등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재앙들은 인간이 야기한 것들이다. 서양적 사고로는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동양적인 해결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철학, 종교, 사고를 조화와 통합을 바탕으로 한 동양적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2012-0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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