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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퇴치 자매의 약속

유방암 퇴치 자매의 약속

입력 2011-01-08 00:00
업데이트 2011-01-0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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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리본】낸시 브링커·조니 로저스 지음 서울문화사 펴냄

지난해 10월 서울 청계천이 분홍색으로 물든 적이 있다. 대형 분홍색 풍선과 리본으로 장식된 행사장 한쪽에는 폭탄을 맞은 듯한 가슴을 드러내고 활짝 웃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여성들이 있었다. 이제 분홍색 리본이 유방암 퇴치 운동을 상징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처음 유방암 퇴치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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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리본’(낸시 브링커·조니 로저스 지음, 정지현·윤상운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은 유방암 퇴치 재단 ‘코멘’을 설립한 낸시 브링커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1946년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서 태어나 요람에 누워 있던 낸시를 보고 언니 수지가 처음 한 말은 “흠! 재미있게 생겼네!”였다. 30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이며 인생의 동반자로 지냈던 자매 사이는 1977년 언니 수지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3년 뒤 3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산산조각 났다.

동생이 곁을 지켜주는 가운데 언니 수지는 온갖 치료와 암울하기 짝이 없는 대기실에서의 오랜 기다림, 그리고 의사의 잘못된 정보까지도 전부 견뎌냈다. 그러면서 수지는 낸시에게 약속해 달라고 했다. 유방암의 침묵을 깨달라고, 연구기금을 모아 언젠가 유방암을 완전히 퇴치해 달라고. 동생의 대답은 “약속할게, 언니. 평생이 걸린다고 해도….”였다.

1982년 낸시는 생활비에서 조금씩 모아 마련한 200달러로 수전 G 코멘 유방암치료재단을 설립한다. 남편 노먼 브링커는 베니건스를 창업한 외식업계의 대부다. 낸시는 베트남전 10년 동안 5만 8000명의 미국인이 사망했지만, 그 10년 동안 33만 9000명의 미국 여성이 유방암으로 죽었다는 통계로 남편을 설득했다. 이후 남편은 낸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낸시는 1984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지만 언니보다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화학요법으로 머리가 다 빠진 상태에서도 분홍색 헬멧을 쓰고 재단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준비를 했다. 미국의 전 대통령 부인이었던 베티 포드와 낸시 레이건의 유방암 투병기도 많은 여성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오늘날 유방암에 관한 최신 연구는 대부분 낸시가 만든 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막대한 자금으로 진행된다. 2009년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시민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자유훈장을 받았다.

유방암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 발견된다. 여전히 유방암은 여성의 주요한 사망 원인이지만 고대 이집트 여성처럼 치료받을 가능성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핑크 리본’은 이제 차별 없는 치료의 상징이다. 1만 4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1-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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