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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의 ‘별’ 박세은 “이제 나를 믿고 춤출래요”

파리오페라발레의 ‘별’ 박세은 “이제 나를 믿고 춤출래요”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6-13 15:12
업데이트 2021-06-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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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 352년 역사상 첫 동양인 에투알
“동경했던 뒤퐁 감독에게 인정받아 더욱 큰 의미
인생 세 번째 챕터에선 더 폭넓게 관객 만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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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단 352년 역사상 첫 동양인 에투알로 이름을 올린 발레리나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홈페이지 캡처·©Julien Benhamou
파리오페라발레단 352년 역사상 첫 동양인 에투알로 이름을 올린 발레리나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홈페이지 캡처·©Julien Benhamou
“그날따라 많은 꽃다발이 배달됐고, 동료들이 공연을 보러 아주 많이 왔어요. 나중에 제일 친한 동료가 ‘우리는 오늘 하루종일 네 얘기만 했는데 너만 모르고 있더라’ 하더라고요.”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에투알(étoile·별)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이 감격스러웠던 그날을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열린 ‘로미오와 줄리엣’ 개막공연을 마친 뒤 파리오페라발레단 알렉산더 네프 총감독이 박세은을 호명했다. 오렐리 뒤퐁 예술감독 제안으로 박세은을 에투알로 승급하기로 한 것이다. 마치 박세은을 위해 짜여진 듯한 무대였던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 모두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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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로미오와 줄리엣’ 개막 공연을 마친 뒤 에투알 승급 발표가 나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페이스북
10일(현지시간) ‘로미오와 줄리엣’ 개막 공연을 마친 뒤 에투알 승급 발표가 나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페이스북
박세은은 당초 16일부터 폴 마르케(로미오 역)와 줄리엣으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었다. 5명의 줄리엣 가운데 유일하게 에투알이 아닌 그의 캐스팅 자체도 화제였다. 그런데 공연을 앞두고 다른 무용수의 부상으로 박세은이 개막 공연에 서게 됐다. 그렇게 코로나19로 멈췄다가 1년여 만에 재개된 공연의 시작을 열었다.

현지시간에 맞춰 13일 새벽에 전화로 만난 박세은은 “역할에 완전히 몰입해 제가 할 수 있는 100%를 다 해서 정말 만족스러웠다”면서 승급의 기쁨과 무대의 만족감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에투알 아닌 줄리엣, 1년만의 개막 주역
박세은의 매순간이 파리 발레계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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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단 362년 역사상 첫 동양인 에투알로 이름을 올린 발레리나 박세은. 그는 ‘로미로와 줄리엣’ 개막 공연 직후 에투알로 호명됐다. 파리오페라발레단 홈페이지 캡처·©AgathePoupeney
파리오페라발레단 362년 역사상 첫 동양인 에투알로 이름을 올린 발레리나 박세은. 그는 ‘로미로와 줄리엣’ 개막 공연 직후 에투알로 호명됐다.
파리오페라발레단 홈페이지 캡처·©AgathePoupeney
박세은은 2011년 한국 발레리나로는 처음 준단원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해 2012년 카드리유(군무), 2013년 1월 코리페(군무 리더), 11월 쉬제(군무와 주역을 오가는 솔리스트), 2016년 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로 단계를 밟았다.

네 등급은 매년 승급심사를 갖지만 마지막 에투알은 감독과 이사회 등이 논의를 거쳐 지명해 훨씬 까다로워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박세은이 프리미에 당쇠르로 승급하자 한 동료가 “넌 이제부터 매일매일이 승급시험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했을 만큼 치열하기도 하다.

그는 “무엇보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저런 에투알이 되고 싶다’며 동경한 오렐리 뒤퐁에게 지명 받아 더욱 의미가 깊다”고 했다. 게다가 1669년 창단한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무용수를 에투알로 지명한 것은 352년 만에 처음이다.

“모두가 나의 승급을 기다린 것처럼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해주는 마음에 따뜻함을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뒤퐁 감독은 승급 발표 다음날 박세은과의 면담에서 “네 얼굴이 무대 위에서 굉장히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비롯해 열 가지가 넘는 장점을 읊어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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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박세은은 조지 발란신의 안무작 ‘보석’ 3부작 중 ‘다이아몬드’로 세계 권위의 무용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신문 DB
2018년 박세은은 조지 발란신의 안무작 ‘보석’ 3부작 중 ‘다이아몬드’로 세계 권위의 무용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신문 DB
박세은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공부했고 2006년 미국 IBC(잭슨) 콩쿠르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 1위,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 등을 수상했다. 2009년 국립발레단 특채로 뽑혀 활동하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진출했고 2018년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거머쥐기도 했다.

한국선 러시아 발레로 배워 낯선 프랑스 무용
“잘 어울리려 노력… 관객과 함께 숨쉬고파”

“파리오페라발레학교 출신도 아닌 데다 프로 무용수로 활동하다 모든 것을 다 접고 파리에 온 저의 노력을 동료들이 알아준 것 같았다”는 그의 말에서 더욱 짙은 기쁨이 전해졌다.

“러시아 발레 교육법인 바가노바 메소드를 기본으로 배웠기에 프랑스 춤을 추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여긴 그냥 테크닉만 좋거나 튀어선 안 되고 다같이 서있을 때 잘 어울리는 무용수가 되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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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단 362년 역사상 첫 동양인 에투알로 이름을 올린 발레리나 박세은. 서울신문 DB
파리오페라발레단 362년 역사상 첫 동양인 에투알로 이름을 올린 발레리나 박세은.
서울신문 DB
‘이 길이 맞을까’를 수없이 되뇌이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박세은은 결국 ‘나에게 집중하자’며 자신을 믿고 춤추기로 했다. 그는 “20여년을 했는데도 아직도 배울 게 많고 지루할 틈 없는 게 발레의 매력”이라면서 “이제 더 치열해질 인생 세 번째 챕터에선 루돌프 누레예프 작품부터 아주 많은 레퍼토리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가 좋아서 춤을 춘다고만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관객들이 있어야만 함께 숨쉴 수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예술을 마음껏 주고받고 싶어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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