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뮤지컬 ‘포미니츠’ 강남 작가 “관객들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곳이 무대”

뮤지컬 ‘포미니츠’ 강남 작가 “관객들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곳이 무대”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3-31 22:06
업데이트 2021-03-31 22: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검은 사제들’ 이어 영화를 무대로 각색
“원작 의미 훼손하지 않고 무대 매력 살려야”

이미지 확대
지난 2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남 작가. 뮤지컬 ‘호프’로 첫 작품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강 작가는 최근 ‘검은 사제들’에 이어 ‘포미니츠’로 색깔을 돋보이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 2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남 작가. 뮤지컬 ‘호프’로 첫 작품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강 작가는 최근 ‘검은 사제들’에 이어 ‘포미니츠’로 색깔을 돋보이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곳은 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타의, 혹은 자의에 의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자 하나의 거대한 어항이다. 그들은 세상의 규칙과 규율, 개인의 죄책감 속에서도 벽에 부딪힐 때까지 헤엄치고 투쟁하고 좌절하다 다시 살아간다. 바다를 상상하는 물고기들처럼.’

독일의 한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미니츠’(2006)를 뮤지컬로 재창작한 대본에선 무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에서 스쳐 지나가는 어항에 의미를 담았고, 극 중 재소자들은 물고기로 표현했다. 다음달 7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포미니츠’ 무대는 이렇게 또 하나의 감옥이 된다.

재소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는 크뤼거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의 연대를 다룬 ‘포미니츠’는 양준모 예술감독, 박소영 연출, 맹성연 작곡가, 강남 작가의 손으로 무대를 꾸몄다.
이미지 확대
뮤지컬 ‘포미니츠’. 정동극장 제공
뮤지컬 ‘포미니츠’.
정동극장 제공
강 작가는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등 8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HOPE(호프): 읽히지 않은 책’으로 데뷔한 뒤 서사 짙은 작품으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개막한 ‘검은 사제들’에 이어 ‘포미니츠’로 특색이 강한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다른 장르로 재창작할 때는 분명 원작이 좋고 힘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원작의 의미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애쓰지 않아도 현장감 넘치는 공연과 무대라는 공간을 한껏 활용하면 뮤지컬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난다는 얘기다.

“영화나 드라마가 관객이 보고 듣는 장르라면 무대는 보여 주는 이상을 관객이 상상하는 장르죠. 의자 하나가 버스도, 집도 될 수 있어요. 무대 언어라는 건 결국 관객들을 얼마나 상상하게 만드느냐 아닐까 싶어요.”
이미지 확대
지난 2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강남 작가는 “’검은 사제들’은 워낙 좋아했던 영화라 대본 작업을 한 것이 성덕(성공한 덕후) 같은 작업이었다”며 즐거워했다. ‘포미니츠’도 제안을 받은 뒤 영화를 보며 꼭 직접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 2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강남 작가는 “’검은 사제들’은 워낙 좋아했던 영화라 대본 작업을 한 것이 성덕(성공한 덕후) 같은 작업이었다”며 즐거워했다. ‘포미니츠’도 제안을 받은 뒤 영화를 보며 꼭 직접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관객과 만난 뮤지컬은 아직 두 편이지만, 벌써 강 작가의 무대 언어는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낭송을 하듯 곱씹어 담아 두고 싶을 만큼 은유적인 대사와 노래가 적절히 버무려지고, 어렵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직설적인 감정과 재치 있는 유머가 객석을 찌르기도 한다. 배우들의 눈빛, 표정, 동작에 담긴 의미도 깨알같이 지문에 적는다.

강 작가는 아무리 좋은 영화여도 “이 인물을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글이 써진다고 했다. 양준모 감독의 ‘포미니츠’ 대본 제의 전화를 받았을 즈음엔 다른 작품들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빠듯했지만 영화를 보자마자 “이건 꼭 내가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 작은 배역까지 일일이 역할과 캐릭터를 더 많이 부여해 보고, 작품이 주는 색깔과 질감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게 그의 작업 과정이다. ‘포미니츠’는 갈색으로 떠올렸다고 한다.
이미지 확대
임신 중인 강남 작가는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어 좋다”면서 “연습실에 나오면 태교를 할 수도 있다”며 작업이 즐겁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두고 몇 작품을 미리 쓰고 있다고 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임신 중인 강남 작가는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어 좋다”면서 “연습실에 나오면 태교를 할 수도 있다”며 작업이 즐겁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두고 몇 작품을 미리 쓰고 있다고 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대본 뿐 아니라 예술감독, 연출, 배우들과의 협업으로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강 작가가 꼽은 공연의 묘미다. 악귀를 쫓는 구마의식이 과연 무대 위에선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증을 불렀던 ‘검은 사제들’을 두고 강 작가는 “오히려 대본에선 악귀가 밋밋하게 쓰였는데 무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욱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게 됐다”고 했다. ‘포미니츠’에서 크뤼거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은 제니가 콩쿠르 무대에서 연주하는 4분도 강 작가는 “과연 어떻게 무대에서 그려질지 궁금하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본에 제니가 어떤 마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지 한 바닥 지문으로 썼다.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한 강 작가는 연극 스태프로 오래 일했다. 직접 글을 써보기로 하고 뮤지컬 아카데미에 들어간 뒤 발표한 첫 작품이 ‘호프’다. 독특한 어법 때문인지 주변에선 “잘 안 될 작품”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는데, 오훈식 알앤디웍스 대표 등과 작업하며 무대를 완성한 첫 해 작품상과 대본상 등을 휩쓸었다.

강 작가는 “공연장 경험이 있다 보니 좀더 연극적이라고 해 주시는 것 같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나만의 색이 있다고 봐 주시니 감사한 일”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임신 7개월째인 강 작가는 “좋은 노래 듣고 멋진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 태교가 절로 된다”고 웃으며 연습실로 향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