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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과 신동’ 희망의 노래… 다른 듯 닮은 두 산초의 꿈

‘베테랑과 신동’ 희망의 노래… 다른 듯 닮은 두 산초의 꿈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2-23 17:24
업데이트 2021-02-2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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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이훈진&정원영

14년간 일곱 번이나 산초 연기한 이훈진
첫 시즌부터 완벽한 변신 보여준 정원영
돈키호테 꿈 지켜주는 친구이자 시종 열연

이 “아는데 모르는 것처럼 연기… 어려워”
정 “아름다움 물들이는 역할, 무대에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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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속 산초들은 서로 말하지 않고도 표정과 자세를 착착 바꾸며 사진을 찍었고, 인터뷰 동안에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박자를 딱딱 맞췄다. 작품에 처음 참여한 정원영(왼쪽)과 일곱 번째 시즌을 함께 한 이훈진은 다른 방식으로 산초를 그려내면서도 그가 노래하는 꿈과 희망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 준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지난 18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속 산초들은 서로 말하지 않고도 표정과 자세를 착착 바꾸며 사진을 찍었고, 인터뷰 동안에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박자를 딱딱 맞췄다. 작품에 처음 참여한 정원영(왼쪽)과 일곱 번째 시즌을 함께 한 이훈진은 다른 방식으로 산초를 그려내면서도 그가 노래하는 꿈과 희망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 준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좋으니까. 그냥 좋으니까. 내 손톱 하나씩 뽑혀도 난 좋아, 왜 좋은지 설명이 안 돼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옆을 지키는 산초는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준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웃음과 껍질이 벗겨지고 털이 몽땅 뽑혀도 주인님이 좋다는 맹목적인 그 마음이 감동을 부른다. 돈키호테가 꿈을 향해 모험을 할 수 있는 건 그의 친구 산초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꿈이라는 단어가 난감해져 버린 요즘, 그래도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창이 되어 주는 두 명의 산초를 지난 18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다.

2007년부터 14년간 벌써 일곱 번째 시즌을 함께하고 있는 ‘베테랑’ 이훈진과 첫 시즌부터 완벽하게 변신한 ‘신동’ 정원영, 발그레한 웃음을 비롯해 많은 것이 닮은 두 사람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맡게 된 비결에 “잘 봐주신 덕분”이라며 마음을 맞춘 듯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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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일곱 시즌째 산초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훈진.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일곱 시즌째 산초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훈진.
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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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이번 시즌 처으 산초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정원영.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이번 시즌 처으 산초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정원영.
오디컴퍼니 제공
이훈진은 한 인물을 일곱 번이나 연기할 수 있는 이유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기 때문”이란 농담을 던지더니 “꾸준하게 애드리브 없이 대본에만 충실했다”고도 부연했다.

그동안 폭 넓은 작품에서 활약했던 정원영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등 여러 작품에서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역할을 많이 했던 경험들이 모여 완전체인 산초를 만나게 됐다”고 했다.

산초는 돈키호테가 꿈을 그리도록 지켜주면서도, 거울처럼 현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깨끗하고 투명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돈키호테가 그리는 희망으로 적셔 간다. 당연히 연기가 간단하지 않다. 특히 돈키호테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순수한 애정을 그리기 위해 두 배우는 스스로를 감추려 애쓴다. “‘여기서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을 텐데’ 욕심 내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불필요한 애드리브를 하는 순간 산초가 아닌 이훈진이 보일 것 같아 최대한 자제해요.” “연기하다 의심이 들면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져요. 정원영이 아닌 산초 그대로가 보여 주는 믿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죠.”

세르반테스는 함께 지하 감옥에 끌려온 산초를 ‘시종’이 아닌 ‘친구’로 소개한다. 그에게, 더 나아가 이 작품에서 산초가 갖는 무게감이다. “돈키호테가 알돈자에게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너라는 존재를 사랑하라는 임무를 준다면 산초에게는 세상을 좀더 꿈에 가까운 눈으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게 ‘베테랑’의 해석이다. “산초로 인해 아름다움이 물들어 무대 위 모두가 함께 ‘임파서블 드림’(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른다”면서 “무대와 객석에 마법을 부려 주는 인물 같다”는 ‘신동’의 발견도 맥이 닿아 있다.

서울예대 선배이기도 한 이훈진은 “작고 귀여운 원영이는 산초 DNA를 가진 친구”라며 그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감격스런 표정을 짓던 후배는 “완성된 작품에 완벽하게 길을 닦아 준 선배를 따라갈 수 있어 좋다”고 화답했다.

물론 두 사람 사이 시간의 차이는 분명했다. “아직도 산초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후배와 달리 선배는 “다 아는데 모르는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무거운 짐가방을 들어 올려 던지는 장면으로 정원영은 손등이 다 까져 있었다. 이날 뒤늦게 본 이훈진은 “그렇게 들면 계속 다친다”며 방향을 바꿔 잡으라는 깨알 경험담을 전했다.

개막이 세 차례나 미뤄져 드레스 리허설만 스무 번 가까이 했던 이들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우린 ‘맨오브라만차’ 연습생이었다”(정원영)며 웃으며 말하지만 새카만 밤바다 같았던 지난해를 보낸 자신들과 관객을 위해 더욱 소중히 산초를 연기하고 있다. 다행히 다음달 24일부터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연장 공연을 하기로 해 더 오래 만날 수 있다. 표만 구할 수 있다면.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0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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