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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70년’ 윤복희 “괜찮은 짝과 함께 한 삶…두 번 다시는 못 살죠”

‘무대 위 70년’ 윤복희 “괜찮은 짝과 함께 한 삶…두 번 다시는 못 살죠”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2-09 18:22
업데이트 2021-02-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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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모니’로 데뷔 70주년 기념하는 윤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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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윤복희는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로 70년을 넘도록 무대와 함께한 삶을 “축복받은 삶”이라며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윤복희는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로 70년을 넘도록 무대와 함께한 삶을 “축복받은 삶”이라며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무대? 흠, 글쎄…. 나에게 무대는 어떤 걸까. 짝? 애인?”

함께한 지 무려 70년이 넘은 존재에 대해 물었는데 답이 나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시간들을 더듬듯 천천히 말이 이어졌다. “항상 저하고 같이 하고 일생을 같이해 온 친구니까 세계 어느 곳이든, 작든 크든 저하고 늘 같이 맞춰서 가 주는 거니 참 괜찮은 애인이네요.”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로 평생 무대를 누볐던 윤복희가 오는 18일부터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뮤지컬 ‘하모니’로 70주년을 기념한다. 네 살 때인 1950년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으니 정확히는 올해 71년째다.

“미군부대에서 쇼를 만든 아버지와 함께하다가 어른들이 연습하던 뮤지컬을 따라하는데 내 몸이 막 뜨끈뜨끈한 거예요.”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어린 시절 받은 스포트라이트의 희열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러나 정작 어린 윤복희는 무대를 하루빨리 떠나고 싶었다고 한다. “학교도 가고 싶었고 드레스숍하면서 의상하고 구두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그땐 무대를 내려오는 게 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이미 한참 주목받고 있던 무대를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했지만 “1976년까진 사실 그렇게 보일 뿐 진심은 그러지 못했다”고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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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뮤지컬 ‘하모니’로 데뷔 70주년을 기념하는 윤복희.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오는 18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뮤지컬 ‘하모니’로 데뷔 70주년을 기념하는 윤복희.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그러다 1976년 큰 교통사고를 겪고 종교의 ‘힘도 얻으며 다시 태어나듯 인생이 뒤바뀌었다. “윤복희라는 사람이 지구에 하나밖에 없는, 별 볼 일 없는 게 아니고 별 볼 일 있는 사람이구나 하며 내가 귀하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고 했다. 이후 ‘빠담빠담빠담’, ‘피터팬’을 비롯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캣츠’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에너지를 뿜어냈다. 거의 한 해도 쉬지 않았을 만큼 무대가 너무 많기도 했지만, 늘 ‘지금’에 충실하느라 지난 무대들을 잊고 돌아보지도 않았다며 “정작 우리 집엔 공연 포스터도 사진도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 정말 멋지게 살았다. 이렇게 두 번 살라고 하면 못 산다”며 특유의 짙은 눈웃음을 지은 그는 “정말 축복스럽게 살았고 에너지도 충분히 쏟았다”고 말했다. “항상 굉장한 사람들이 나를 픽업했어요. 그럼 그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게 잘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잘하면 또 다른 사람이 날 보고 픽업해요. 그게 계속 이어지면서 제가 여기까지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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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꾸민 ‘하모니’ 공연 장면. 윤복희는 남편과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음대 교수 김문옥을 연기한다. 하모니컴퍼니 제공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꾸민 ‘하모니’ 공연 장면. 윤복희는 남편과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음대 교수 김문옥을 연기한다.
하모니컴퍼니 제공
그럼에도 윤복희는 “아직도 삐걱거리고 부족한 게 많다”며 손사래도 쳤다. 특히 2017년 초연부터 지방 공연까지 모두 함께한 ‘하모니’는 “연습하려다 도망가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면서 “하고 있다는 게 아직도 도전”이라고 했다.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꾸민 ‘하모니’에서 윤복희는 사형수인 음대 교수 김문옥을 노래한다. 무대를 거의 떠나지 않고 노래와 연기, 춤, 합창까지 모든 것을 잘해야 하는 게 여전히 버겁다고 했다. 70년 무게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준 노래 ‘여러분’도 “정작 내 무대에선 많이 안 했는데 노래를 알려 준 후배 가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공을 돌렸다.

“공연을 앞으로 많이 해 봐야 5년 더 할까?”라면서도 그의 얼굴에선 여전히 무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나를 이렇게 캐스팅해 주니 얼마나 좋아요. 지금까지 저를 선택해 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여기까지 왔어요. 그렇게 71주년, 72주년 가는 거죠.”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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