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 그때 그 비극, 잊지 말아요

어느덧 1년… 그때 그 비극, 잊지 말아요

함혜리 기자
입력 2015-03-16 17:48
업데이트 2015-03-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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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심승욱, 아트사이드갤러리 ‘부재와 임재 사이’展…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다

어느새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애써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너무나 처절했기에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 젊은 조각가 심승욱(43)은 그 무거운 주제를 조심스레 건드렸다.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부재(不在)와 임재(臨在) 사이’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세월호라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방식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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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심승욱
설치작가 심승욱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아주 느린 템포로 깊고 조용하게 반복되어 흘러나오는 노래는 귀에 익숙한 ‘연가(戀歌)’다. 통기타 반주에 맞춰 흥겹게 불렀던 노래였는데 이렇게 들으니 가슴 밑바닥을 후벼파는 듯 처절하다. 이 노래를 따라가면 지하 1층에 전시 제목이기도 한 ‘부재와 임재 사이’라는 작품이 설치돼 있다. 지하층 전시장으로 연결되는 공간에 닿을 듯 말듯한 높이로 주황색 구명환이 걸려 있고, 마치 철 지난 성탄절 불빛처럼 전구가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 지하층 바닥에는 부유물 같은 검은색 잔해들이 쌓여 있다. 나무 기둥 위에 걸린 검은 색 확성기는 허공을 향해 빈말을 쏟아내는 듯 하다. 한쪽 벽에 네온으로 선명하게 ‘자본의,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이라고 영어로 쓰여 있다. 그 한쪽 귀퉁이의 낡은 합판은 불이 꺼질 때마다 ‘나를 잊지마!’라는 글귀가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는 모두에게 그렇듯이 여섯살 아들을 둔 저에게도 엄청난 충격과 고통, 두려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슬픔과 순수한 인간의 심리적 태도를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설치작업을 했다는 작가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를 생각해 보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돈 때문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자본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인간의 욕망이 모든 문제의 발단임을 보여주기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역설한 링컨 대통령의 연설을 자본으로 바꿔봤다”고 설명했다. 네온 작품의 제목은 그래서 ‘원인과 결과’다. 전시장에 낮게 깔아 놓은 연가의 음률은 전국을 물들였던 노란 리본 같은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전시공간 1층에선 ‘구축과 해체’를 주제로 그가 지금까지 작업해 온 합성수지의 특성을 살린 작품들을 전시한다. 레고 모양의 틀을 이용해 검은색 합성수지로 떠낸 유닛들을 쌓아 올리거나 무너뜨린 형태의 작품은 구축과 해체의 경계에서 충족될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심승욱은 지난해 아시아 시각예술 작가를 대상으로 런던의 사치갤러리가 주관하는 ‘푸르덴셜 아이 어워즈’의 조각 부문 대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현재 국제미술상인 이탈리아 ‘아르테 라구나 상’의 올해 수상 후보에 포함됐으며 베네치아에서도 전시를 준비 중이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3-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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