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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In&Out] ‘서울연극제’ 좌초 위기

[문화 In&Out] ‘서울연극제’ 좌초 위기

입력 2014-12-01 00:00
업데이트 2014-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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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만에 첫 대관 심사 탈락 ‘정부 통제 아래의 예술’ 현실 드러내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축제인 서울연극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서울연극제가 30여년간 터전으로 삼았던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밀려나게 되면서 연극인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인들의 반발과 분노에는 정부의 지원과 통제 아래 연극이 예술로서 온전히 존재하기 어려워진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갈등의 발단은 내년에 열릴 예정인 제36회 서울연극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의 내년도 대관 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수십년간 대학로 연극의 메카로 자리 잡아 온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서울연극제가 열리지 않게 된 건 1977년 연극제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연극제는 성명을 내고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탈락은 서울연극제의 35년 전통을 순식간에 말살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팩이 밝힌 대관 탈락 이유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센터 측은 서울연극제 주최 측이 제출한 서류가 부실하다는 점과 최근 1~2년간 서울연극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 또 올해 연극제에서 한 공연이 허가되지 않은 성금 모금 행사로 해프닝을 빚었던 점을 들었다. 그러나 서울연극제 비상대책위원회는 “매년 해 오던 대로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축제 전체의 의의와 가치가 아닌 특정 공연을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연극제가 관(官)의 지원과 통제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순수 연극은 정부의 지원이라는 호흡기가 없이는 존재 자체가 힘들어졌다. 해마다 땅값이 치솟는 대학로에서 연극인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1~2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간신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서울연극제는 2011년 예산이 1억원 삭감된 이후 부족한 예산이 작품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지난여름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몸을 잔뜩 움츠린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연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해 공연예술계에 큰 상처를 안겼다.

연극을 포함한 순수 예술이 명맥을 이어 가기 위해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한 생존 조건이 됐다. 그러나 정부가 예술계를 쥐락펴락하는 갑을 관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팩은 공공극장으로서 공정한 심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한 심의’라는 행정적 잣대를 들어 창작극의 산실인 서울연극제의 의미를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침체를 겪었던 연극계가 이번 사태로 받을 상처와 허탈감도 앞서 헤아렸어야 했다. 연극계 역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열릴 서울연극제를 연극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보다 많은 시민들과 호흡하는 축제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4-12-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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