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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골목, 우리가 살리자” 시 쓰고 랩하는 고등학생들

“헌책방 골목, 우리가 살리자” 시 쓰고 랩하는 고등학생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1-05-10 16:00
업데이트 2021-05-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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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의 헌책방 거리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 혜광고 3학년 학생들, 거리 살리기 나서
작사·작곡한 음원 만들고 뮤직 비디오 출연
“헌책에 문화 켜켜이…두번째 시집도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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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살리기에 나선 혜광고의 ‘책방골목 서포터’ 학생들과 김성일 교사(뒷줄 왼쪽)가 보수동 책방골목을 방문한 모습. 김성일 교사 제공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살리기에 나선 혜광고의 ‘책방골목 서포터’ 학생들과 김성일 교사(뒷줄 왼쪽)가 보수동 책방골목을 방문한 모습. 김성일 교사 제공
‘너는 한정판 모든 게 담길 거란 걸 알아/책갈피를 찾을래 내 인생이 담긴걸 (중략) Hey man 그래도 내 동넨데/Way 없진 않지 버텨주길 바라.’

국내 유일의 헌책방 골목인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살리기 위해 고등학생들이 나섰다. 부산 혜광고 학생들이 지난 3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보수동, 그 거리’는 ‘폭풍 래핑’으로 헌책방 골목의 추억을 쏟아낸다. 음원 작사·작곡은 물론 뮤직비디오 출연과 앨범 재킷 디자인까지 모두 학생들이 직접 했다.

학생들과 책방골목 도시재생 프로젝트 ‘함께읽길’을 기획한 김성일 혜광고 교사는 10일 “학생들이 책방 골목에서 쌓은 추억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동아리로 작게 시작했는데, 주변의 도움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보수동 살리기’는 지난해 김 교사가 동주여고에 재임했을 때 시작했다.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그는 자신의 고향이자 어릴 적 오가며 책 냄새를 맡던 골목이 사라져 가는 데 아쉬움을 느꼈고, 제자들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생각했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골목을 주제로 쓴 시 200여편을 묶어 ‘와보시집’을 내고 6분 분량 단편영화도 만들었다.
혜광고 학생들이 디지털 싱글 ‘보수동, 그 거리’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
혜광고 학생들이 디지털 싱글 ‘보수동, 그 거리’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
책방골목의 추억을 담은 노래 ‘보수동, 그 거리’의 앨범 표지도 혜광고 학생이 직접 그렸다. 김성일 교사 제공
책방골목의 추억을 담은 노래 ‘보수동, 그 거리’의 앨범 표지도 혜광고 학생이 직접 그렸다. 김성일 교사 제공
올해 모교인 혜광고로 자리를 옮긴 뒤엔 책방골목 서포터 동아리원 학생 11명과 노래 만들기를 계획했다. 국내외 플랫폼에 음원을 올리고, 수익금도 전액 책방골목 지키기 기금으로 모은다. 3학년 학생 147명이 진로 독서수업에서 도시재생과 관련한 글도 썼다. 입시를 앞둔 고3이라 부담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지역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교과 과정에 활동을 적절히 녹이고 진로에 맞는 책을 찾은 점, 지역 사회 특징에 맞게 구성한 것도 동기부여가 됐다.

서울 청계천, 인천 배다리 등 일부 지역에 남았던 헌책방 골목은 명맥이 거의 끊겼다. 대형 서점이 중고책 거래까지 흡수한데다, 코로나19가 겹치며 71년 역사의 보수동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70곳이 성업하던 골목은 이제 30여 곳만 남았다. 지난해에만 8곳이 문을 닫았다. 단순히 책을 사러 가는 것을 넘어 역사와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한 김 교사는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서점 주인 분들도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이제는 활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두 번째 시집도 낼 예정이다. 오는 28일 교내에서 도시재생 백일장을 열고, 온라인으로 문예공모전도 개최해 시민들의 글을 받는다. 미술 창작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그린 책방골목 그림을 모아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김 교사는 “부산 중구청도 여러모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한 번쯤 들렀다 갈 수 있는 명소로 남을 수 있도록 책방골목을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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