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이송희
시조 부문을 심사한 이근배(왼쪽)·이송희 시조시인.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최종심에서 거론한 작품은 ‘피레네의 성’, ‘너라는 비밀번호’, ‘그루밍’, ‘사그랑이의 말’ 등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정상미씨의 ‘너라는 비밀번호’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다양한 매체의 난립으로 웹페이지마다 다르게 설정한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혼란에 빠진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에 비유하여 담백하고 정갈한 언어로 형상화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루에도 여러 번씩 바뀌는 네 취향”이나 “구름 표정 살펴보다/ 숨겨둔 꽃대라도 찾아낼 수 있을까”와 같은 시적 진술을 통해 개인의 정서를 사회적 정서에 자연스럽게 결부시키고 있는 점이 공감을 끌었다. 다만, 첫수 초장에서 유지되던 긴장감이 셋째 수 종장에서 돌연 쉽게 풀린 것은 숙제로 남았다. ‘패스워드 증후군’이라는 현상을 소재로,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한 심리를, 다른 사람의 내면을 알고 싶어 하는 개인의 이야기에 연결한 지점이 참신했다.
다수의 시조에서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인 경우를 만난다. 시조를 쓰고 읽는 이들이 시조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앞으로의 응모작들에서도 일정한 형식 안에서 현대시조가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하며 시조의 현대성 구현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2021-01-01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