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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LE STAY 금산사-마침내 스님이 입을 열었다 “내비둬~”

TEMPLE STAY 금산사-마침내 스님이 입을 열었다 “내비둬~”

입력 2012-01-13 00:00
업데이트 2012-01-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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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LE STAY 금산사

마침내 스님이 입을 열었다 “내비둬~”

말을 아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몸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던 욕망과 아집과 번뇌를 그저 바라만 보았고, 내버려두었다.

시간의 흐름에 무디어졌고, 의식은 희부옇게 경계를 지우며 풀어헤쳐졌다.

‘나’는 내가 아니면서 나였고, 또 네가 아니면서 너였던 게다.

그때 또랑또랑한 목탁소리가 정수리를 가볍게 내리치듯 고막을 울린다.

비워낸 자리, 다시 무엇으로 채우는가는 당신의 몫이다. 겨울의 한복판, 금산사에서.

에디터 트래비 Travie writer 서동철 사진 Travie writer 서동철, 금산사

새벽예불

세상 만물을 일깨우다

산사의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은 새벽 3시다. 깊고도 짙은 어둠을 뚫고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 사람들은 혼곤한 잠을 떨치고 법당으로 향한다. 천천히,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북소리는 점차 다급해지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법고法鼓 소리다. 소가죽으로 만들어진 법고를 치는 이유는 가죽을 뒤집어쓴 모든 중생을 해탈에 이르게 하고자 하는 것이란다.

북소리를 이어받는 것은 범종梵鐘. 종은 제 몸통을 파르르 떨며 웅숭깊은 소리를 저 멀리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까지 퍼뜨린다. 사방팔방, 하늘과 땅 아래에까지 퍼진다. 온 세상의 중생을 보듬는 소리인 셈이다. 어두운 하늘 저편으로 퍼져나가는 종소리의 끄트머리를 잡고 다시 타종, 그렇게 울림과 울림이 포개어지며 세상은 소리의 파동으로 출렁인다. 그리곤 나무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목어木魚와 금속으로 된 구름 모양의 운판雲版을 차례로 친다. 물에 사는 중생, 하늘을 나는 중생 모두를 해탈의 길로 인도하는 소리다.

사물四物, 법고·범종·목어·운판의 울림이 잦아들면 대적광전에서의 예불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하나 둘 법당으로 모여들고, 스님의 독경소리와 목탁소리가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제 몸을 낮추고 또 낮추어 절을 하는 정례頂禮를 일곱 번 한다 하여 칠정례라 부르는 의식이다. 한 번 두 번 정례를 할 때마다 정신은 조금씩 또렷해진다. 부처님의 지긋한 눈빛, 법당의 고요하고도 묵직한 공기, 옷깃 스치는 소리가 그 어떤 알람소리보다도 강렬하게 새벽잠을 털어낸다. 마지막으로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요점을 간결하게 설명한 짧은 경전인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독송하며 새벽예불은 끝을 맺는다. 특별한 하루를 맞이할 채비를 마친 것이다.

”

1 금산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대적광전 앞마당을 쓸고 있다 2 발우공양은 음식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의식과도 같다

금산사 템플스테이 일정

상시┃프로그램 자율·휴식 템플스테이

참가비 3만원 대상 18세 이상 접수 전화

매월 2, 4주(1박2일)┃프로그램 도란도란 템플스테이 참가비 6만원 대상 누구나

접수 홈페이지 예약프로그램

문의 금산사 템플스테이 사무국

063-542-0048, www.geumsansa.org

”108배 염주 꿰기

번뇌를 덜어내는 여정

대적광전에서 새벽예불을 마치고 자리를 옮겨 108배를 시작했다. 앞에는 108개의 염주가 놓여 있다. 불교에서는 중생의 마음속에 108가지의 번뇌가 있다고 한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육관六官이 있고, 여기에 좋고 나쁨 그리고 좋지도 싫지도 않은 3가지 인식 작용이 더해지며 18가지의 번뇌를 낳는다. 탐함과 탐하지 않음이 거기에 둘을 곱하고, 또 전생과 금생, 내생의 셋을 곱하면 108이 된다.

108배는 이러한 번뇌를 하나씩 덜어내는 여정이다.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굽히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두 손바닥을 하늘을 향하게 한다. 마치 몸을 기울여 마음에 담긴 번뇌를 쏟아내려는 것처럼, 절은 가장 낮은 곳으로 몸뚱이를 이끈다. 첫 번째 염주에는 어리석음을, 두 번째 염주에는 탐욕을 담았다. 세 번째에는 게으름을 담고, 네 번째에는 교만을 담았다. 그렇게 하나둘씩 버려진 것들은 차곡차곡 쌓여 염주를 완성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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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0개의 염주가 실에 꿰어졌을 때였던가. 뻐근했던 허벅지와 허리의 통증이 무뎌지면서 108배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숫자를 더해 간다. 하나하나 의미를 담으려 했던 염주에도 무념무상의 손길이 이어지는 듯하다. 탁, 손바닥을 내리치는 스님의 죽비소리에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염주는 완성돼 있었다. 108배가 끝나면 가부좌를 틀고 참선을 시작한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두 손은 가지런히 포개어 엄지손가락 끝을 맞댄다. 그리곤 단전을 오고가는 들숨과 날숨을 가만히 바라본다. 눈을 감고 텅 빈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

1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대적광전에서 새벽예불을 올리고 있다 2 발우공양은 처음과 끝이 꼭 같은 식사법이다

”발우공양

배가 아닌 마음을 채우다

아직은 어두컴컴한 새벽 6시, 발우공양 시간이다. 바리때라고도 하는 발우鉢盂는 스님들의 식기를 말한다. 발우공양을 위한 준비물은 의외로 많다. 발우를 묶을 때 쓰는 발낭, 그릇을 올려놓는 네모난 보자기인 발단, 발우를 덮는 하얀 수건인 발건, 그리고 수저집과 나무로 된 4개의 그릇(목발우)으로 이뤄져 있다.

발낭을 풀어 한쪽에 가지런히 접어놓고, 발단을 펼쳐 바닥에 깐다. 그리고 밥을 담는 어시발우, 국을 담는 국발우, 반찬을 담은 찬발우, 천숫물(공양이 끝나고 발우와 수저를 씻은 후 아귀餓鬼에게 먹이기 위한 물)을 받는 천수발우를 발단 위에 조용히 올린다. 천숫물과 음식을 발우에 담고 나면 오관게五觀偈를 읊는다. 오관게에는 ‘이 음식을 받기까지 수고를 생각하니,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 닦아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한 약으로 삼아, 깨달음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발우공양은 적당한 양을 받아서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고 남김없이 먹는 것이 원칙이다. 음식을 취함에 있어 감사한 마음을 담는 것은 물론이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천숫물을 어시발우, 국발우, 찬발우에 차례로 부으며 단무지를 이용해 그릇을 닦는다. 마지막 찬발우에서 아귀에게 먹일 물을 따라낸 후, 남은 물과 음식물을 마시고 발건으로 물기를 깨끗하게 닦아내면 발우공양이 끝난다.

이렇게 하면 발우는 처음과 끝이 꼭 같은 상태가 된다.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는, 손톱만큼의 음식물쓰레기도 나오지 않는 식사인 것이다. 발우공양을 하면서 채우는 것은 배가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 자연과 사람에 대한 감사의 마음 말이다.

내비둬 콘서트

스님과 대화를 나누다

금산사 템플스테이의 낮은 자유정진의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모악산 숲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1,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을 돌며 불교문화에 취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 연등 만들기, 탁본하기, 화전놀이, 다식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저녁공양과 저녁예불을 마치고 나면 템플스테이의 하이라이트인 ‘스님과의 대화’가 기다리고 있다. 이날은 운 좋게도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내비둬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스님과의 대화는 물론 특별한 게스트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판소리나 사물놀이 등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사찰음식 전문가인 선재스님 등이 게스트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날 콘서트에 찾아온 이는 오랫동안 국산콩만을 고집해 온 함씨네토종콩종합식품의 대표 함정희씨였다. 남편과 함께 두부공장을 운영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던 그녀는 어느 날 국산콩을 지켜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그렇게 값싼 수입콩과 사투(?)를 벌였던 그녀의 열정은 사람들을 웃음 짓게도 하고, 뜨겁게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내비둬 콘서트나 스님과의 대화시간에서 지금까지의 경건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금산사 템플스테이 수련원장인 일감스님의 재치 넘치는 입담은 ‘토크 콘서트’처럼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간다. 스님이 잠시 속세를 떠나온 이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지 않는, 내버려두는 마음가짐이다. 너와 나를 나누지 않고, 자연과 나를 떼어놓지 않는 것. 그렇게 스님과 웃고 묻고 답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밤 10시를 향해 간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과 삼겹살에 소주가 없어도, 산사의 밤은 더없이 풍성하게 깊어만 간다.

김제 금산사는 백제 법왕 1년(599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이후 통일신라시대 진표율사에 의해 크게 중창되며 미륵신앙의 성지로 거듭났으며, 고려시대에는 혜덕소현왕사가 주지로 부임하여 86동의 전각과 43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로 탈바꿈했다. 금산사는 국보 62호인 미륵전을 비롯해 높은 언덕마루에 자리한 오층석탑(보물 25호)과 방등계단(보물 26호), 대적광전 앞마당의 육각다층석탑(보물 27호) 등 숱한 보물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2009년 템플스테이 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0년에는 KBS의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의 멤버인 은지원과 김종민이 참가하기도 했다.

”

T clip. 금산사 찾아가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금산사IC→금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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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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