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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선구마사’ 될까…‘설강화’ 지원·협찬 중단 속출 [이슈픽]

제2의 ‘조선구마사’ 될까…‘설강화’ 지원·협찬 중단 속출 [이슈픽]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2-20 13:47
업데이트 2021-12-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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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중지” 청와대 국민청원, 하루만에 26만여명 동의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 유튜브 캡처
안기부 미화 등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중단 요청이 쏟아진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와 관련해 제품 협찬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제작 지원에 참여한 기업에 불매 운동 조짐이 보이면서 협찬사들이 ‘손절’에 나선 것이다.

3대 제작지원사 중 1곳 “자막광고 철회 요청”
JTBC ‘설강화’는 ‘SKY 캐슬’의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JTBC 제공
JTBC ‘설강화’는 ‘SKY 캐슬’의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JTBC 제공
20일 현재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드라마 설강화 지원 회사 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이 글에는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거나 제품 협찬, 장소 협조에 참여한 업체명과 업체의 공식 소셜 계정 등이 담겨 있다.

목록에 언급된 업체들을 대상으로 일부 시청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일부 업체는 협찬 또는 제작 지원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강화’ 3대 제작지원사 중 하나인 P&J그룹 넛츠쉐이크 측은 자막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P&J그룹 정경환 대표는 이날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접한 후 방송이 나간 직후 제작사에 협찬 고지 철회 요청을 드렸고, ‘3회부터 자막 광고에서 빼주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 에이전시의 소개로 ‘블랙핑크 지수, 정해인이 나오는 드라마’라며 협찬 제안을 받았다”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홍보 효과가 좋을 거라는 말을 듣고 내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투자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방영 전 논란에 대해선 “드라마 담당자님이 문제가 될 내용은 편집돼 심의가 통과돼 방송된다고 해서 더 자세히 체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으로 손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망해라’라는 글이 올라오고, 투자까지 물 건너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손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협찬사들도 잇따라 협찬 철회·사과
JTBC 드라마 ‘설강화’ 협찬사 소품 협찬 취소
JTBC 드라마 ‘설강화’ 협찬사 소품 협찬 취소 싸리재마을 홈페이지 캡처
협찬사인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도 19일 공식홈페이지에 ‘JTBC 드라마 설강화 소품 협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작년 12월 지자체로부터 소개를 받아 연락한다는 드라마 제작 소품팀의 전화가 있었다. 그동안 한번도 협찬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는 저희들은 떡 홍보가 될 거라는 단순한 기대로 협찬을 결정했다”며 “출연 배우와 제목을 들었을 뿐 어떤 내용이 제작될 거라는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설강화가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담당자에게 바로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면서 “철회는 바로 적용이 되었으나 화면에 노출되는 로고는 12회까지 편집이 완료되어 바로 수정이 어렵다고 한다. 역사왜곡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제품을 협찬한 점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패션 브랜드 ‘가니송’ 측도 “역사 왜곡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본사는 협찬 요청 당시 드라마 대본이나 시놉시스를 사전에 고지 받은 적이 없다”며 “의상팀으로부터 ‘블랙핑크 지수씨가 1980년대 인기 많은 대학생 설정으로 출연한다. 감독님 전 작품으로는 스카이캐슬이 있다’는 내용만 전달받았다. 연예인 유가협찬(비용이 발생하는 협찬)을 진행한 적이 전무하며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에게 관련 내용 삭제를 요청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이다보니 제품 노출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최대한 노출을 막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꼼꼼한 사전조사 없이 협찬에 응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저희 쪽 불찰이다.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협찬을 진행하겠다”고 사과했다.

기능성차 전문 브랜드 ‘티젠’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적인 제작 협찬이 아닌 채널에 편성된 단순 광고 노출이었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협찬사 ‘도평요’와 ‘한스전자’ 측도 “협찬사 게시 중단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가구 브랜드 ‘흥일가구’는 이미 방영 전인 지난 3월 협찬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영 중지 국민청원, 게시 첫날 20만명 동의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전날 ‘설강화’의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이 올라온 당일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20일 오후 1시 30분 현재 26만 30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을 겪을 때 제작 단계에 있던 ‘설강화’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설강화’에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JTBC는 ‘설강화’가 역사 왜곡을 담지 않을 것이라며 드라마 제작과 방영을 예정대로 진행했는데, 지난 18일 첫 회가 방영된 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미 ‘드라마 곳곳에 역사 왜곡이 심어져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간첩을 쫓는 안기부의 일부 등장인물이 강직한 인물로 그려지는 데 대해 당시 독재정권의 수족 역할로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던 안기부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남파 간첩이 접촉을 시도하는 인물이 야당 대표의 측근으로 설정된 데 대해서도 민주화 진영에 북한의 남파 간첩이 침투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JTBC는 앞서 ‘설강화’는 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 역시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정치적이나 이념적인 것보다는 어떤 사람 자체에 대해 굉장히 깊고 밀도 있게 들여다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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