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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싫은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봅슬레이 선수의 고백

“보기 싫은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봅슬레이 선수의 고백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2-12 00:12
업데이트 2021-02-1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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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봅슬레이 선수 강한 인터뷰
보호종료아동 극단선택 안타까운 현실
“힘들 때 힘이 되어준 친구 고마워요”

봅슬레이 선수 강한(한국체육대학교)
봅슬레이 선수 강한(한국체육대학교)
보육원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는 일은 두렵기만 합니다. 보호종료아동이 되는 만18세는 법정대리인 없이 휴대폰 개통도 할 수 없는 나이. 매년 2600여명의 아이들이 종이상자 하나를 들고 보육원을 나가야 합니다. 3년 동안 받는 자립수당은 월 30만원.가족이 없는 아이들은 보육원마저 떠나 홀로 살아가는 것이 외롭고 버겁기만 합니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삶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청포도]는 청춘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게 더는 외롭지 않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보육원에서 떠나야하는 보호종료아동. 부모도, 부모 역할을 하는 보호자도 없는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자립금은 단 돈 500만원. 살 곳을 구하고 취직을 할 때까지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에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증금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전부 잃는 경우도 많다. 갈 곳을 잃고 돈도 잃은 아동은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봅슬레이 선수 강한 역시 보호종료아동이 된 지 4년이 되어간다. 보육원에서 나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나오니 하나 남은 울타리마저 없어졌다는 생각에 외롭고 힘들었다. 보육원을 나와 방 하나짜리 집에 2년 계약을 했지만 몇 달 만에 공사를 한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살 곳을 잃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세상물정을 몰랐고,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일주일간 노숙생활을 하고, 훈련을 위해 들어간 숙소에서도 몰래 택배 상하차와 배달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맡겨진 강한의 어린시절 사진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맡겨진 강한의 어린시절 사진
이름도 생일도 보육원에서 지어줬다는 강한에게 명절은 ‘가장 힘든 때’다. “보기 싫은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일이 1월 1일인데 미역국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명절이 되면 가족과 함께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해요. 외롭지 않은 적이 없어서 혼자 있어야만 하는 이 때가 참 괴로워요.”

강한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을 보호종료아동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보육원에 있는 친구들이 연락을 하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잘 살아야 한다. 잘 될 거다”라고 답장을 한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도 없다는 건 흰 도화지에 점 하나가 된 기분이에요. 씩씩하게 보이려 해도 속으로는 참 힘들어요. 삶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 진심으로 대해 준 친구 한 명 덕분에 버텼어요.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보호종료아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지막까지 무연고자로 쓸쓸하게 떠나는데 마음이 아프죠. 주위에서 ‘잘 지내’ ‘괜찮아’ 안부를 물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돼요. 명절이 유독 힘들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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