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차례상의 모습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은 차례상을 차리는 데 언급되는 엄격한 규칙은 단지 관습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에서 유교 전통 행사를 책임지는 박 의례부장은 8일 “차례라는 말 자체가 기본적인 음식으로 간소하게 예를 표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홍동백서와 조율이시 등은 문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습으로 내려온 것”이라며 “이를 마치 법칙같이 따르면서 고집하는 것은 이제 변해야 할 문화”라고 말했다.
제사를 지낸다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바뀔 수가 없다.
그러나 음식 등의 부분은 시대와 관계가 있으니 변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적(炙)’이라고 불리는 구운 고기가 주로 차례상에 올랐으나, 요새는 구하기 쉬운 동그랑땡이나 꼬치 등도 많이 등장한다.
박 의례부장은 “지금 당장 차례상에 햄버거나 피자를 올리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일 수 있다”면서도 “수십년이 지나 하나의 관습이 되면 자연스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족끼리 한자리에 모여 조상을 생각하며 더 돈독하고 화목해져야 할 명절이 차례 때문에 갈등의 불씨가 되는 것이 박 의례부장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유교는 보수적이고 원칙만 고집하는 학문으로 보일 수 있으나 유교의 기본 사상은 ‘모든 세상이 변한다’는 것”이라며 “가족이 편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차례상이 간소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차례상이 이처럼 복잡해진 것은 일제강점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말살된 민족문화를 광복 후 되살리려는 과정에서 다소 과하게 형식을 찾게 됐고, 지금과 같은 차례상 차림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박 의례부장은 “제대로 전승되지 못한 유교가 근대화 과정 속에서 여러모로 왜곡됐다”며 “과한 상차림은 남들을 의식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추석이 허례에 치우치지 않고 ‘정성’과 ‘효(孝)’라는 본질을 찾는 차례를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섬길 수 없는 부모께 못다 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 바로 제사”라며 “차례상이 아무리 화려해도 정성이 없으면 지내는 의미가 없고 조촐하다고 해도 조상을 향한 정성과 공경이 담겨있다면 그 의의를 다하는 것이고, 후손들도 이를 보고 자연히 ‘효’라는 덕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