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문화재 탐방> 구례 사성암, 절벽에 위태로이 선 암자

<주말 문화재 탐방> 구례 사성암, 절벽에 위태로이 선 암자

입력 2015-09-12 11:17
업데이트 2015-09-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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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는 산이 높고 골이 깊다. 험준한 지리산과 백운산에 둘러싸인 평지 사이로 섬진강이 흐른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택리지’에는 “구례 남쪽의 구만촌(九灣村)은 거룻배를 이용해 생선과 소금 등을 얻을 수 있어서 가장 살 만한 곳”이라고 기록돼 있다.

’구만촌’은 구례 시가지에서 4㎞ 남짓 떨어져 있는 구례구역 인근에 있었다고 짐작되는 마을이다. 전북 진안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구례에 이르면 큰 배가 다닐 만큼 폭이 넓어진다.

구례군청 건너편에 솟아 있는 오산 사성암(四聖庵) 일원(명승 제111호)은 구례의 아름다운 풍경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오산은 최고 높이가 530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바위가 많아 소금강에 비유되기도 한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구례 지역 읍지에는 “바위의 형상이 빼어나 금강산과 같다”는 내용이 있다.

오산 정상부에 지은 사성암은 백제 성왕 22년(544) 연기 조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원래 명칭은 ‘오산암’이었다. 이후 의상, 원효, 도선, 진각 등 명망 있는 승려 4명이 이곳에서 수행해 ‘사성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절벽 중턱에 자리한 암자를 올려다보면 기다란 나무 기둥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 경이감이 들 만큼, 모양새가 위태롭다.

그래서인지 벼랑 끝에 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와 참선을 하려는 사람들이 사성암을 많이 방문한다. 작은 암자지만 소망을 적은 기와의 양도 상당하다. 불당에서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내려다보인다.

사성암에는 불당 외에도 암벽에 음각된 고려시대 불상인 마애여래입상(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20호)이 있다.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일화가 전하는 불상으로 전체 높이는 3.9m이며, 전반적인 느낌은 투박하다.

또 수령이 800년에 달하는 귀목나무,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는 바위, 도선국사가 수행했다는 작은 굴도 있다.

사성암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가 오산 꼭대기에 닿으면 더욱 장엄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하늘 아래 지리산 봉우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강물은 대지에 부드럽고 굵은 획을 긋는다.

구례 섬진강 일대에서 사성암과 함께 답사하면 좋은 곳은 운조루(雲鳥樓)다. 조선 영조 때 낙안군수를 지냈던 류이주가 은퇴한 뒤 살기 위해 건축한 옛집이다. 당시의 전형적인 귀족 주택으로, 규모가 줄었어도 기품과 위세는 여전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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